[조평규 칼럼] 중국에서 실패하는 사람과 기업의 특징

2015-08-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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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평규 중국연달그룹 부회장 겸 단국대 석좌교수

 

중국에서 성공했다는 사람보다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더 많이 들린다. 왜 중국에 가서 실패하는 사람이 많을까?

필자는 20여년을 중국 현지에서 살며 기업을 경영해온 사람으로써 안타까운 심정이다. 중국에서 실패하는 기업과 사람들을 살펴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다.

첫째, 중국을 우습게 본다. 중국은 엄연히 외국이며, 전세계의 프로들이 모여서 한판승부를 겨누는 전쟁터와 같은 곳이다. 중국에는 어둠 속에서 빛을 감추고 칼을 가는 도광양회(韜光養晦)하는 기업들이 잠룡처럼 도처에 깔려 있는 곳이다. 한정된 자원을 가진 개인이나 기업들이 자신의 한계를 망각하고 우쭐대는 것은 실패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의 사업은 한국보다 어려웠으면 어려웠지 쉽지 않은 곳이다. 모든 경쟁에서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상대를 쉽게 보는 오만한 마음 때문이다. 매사에 자기를 낮추고 겸손한 마음을 가지는 것. 이것이 실패하지 않는 길이다. 

둘째, 회사에 중국전문가가 없다. 회사에 중국에 정통한 전문가가 없다는 것은 숙달된 선장 없이 대해를 항해하는 배와 같다. 중국에서의 사업은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는 위험지대다. 중국시장에 능통한 전문가가 없다면 차라리 사업을 접는 것이 낫다. 전문가를 확보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그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된다. 전문가의 영입이 어렵다면 사내에 중국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키우면 된다. 인재는 기업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기술력이 약하다. 경쟁기업에 비해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결정적인 핸디캡을 가진 것이다. 현대경영에서 기술력의 결여는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중국과 한국의 기술격차는 거의 없어졌다. 오히려 한국기업을 능가하는 기술 분야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술력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R&D 에 대한 투자다. R&D 투자에 인색한 기업은 지속적인 기술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기술력은 기업경쟁력의 원천이다.

넷째, 직원급여를 올려주는 것을 아까워한다. 급여를 적게 책정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회사에 인재가 머무르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한국 직원과 중국인 직원의 대우를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하는 것이 좋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세상의 모든 직원은 적게 일하고, 많이 받으며, 많이 쉬는 것을 선호한다. 직원이 행복한 회사가 성공한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인색한 기업에는 인재가 몰리지 않는다.

다섯째, 의심이 많고 아부하는 사람만 좋아한다. 망하는 나라나 기업은 모두 이러한 경향을 보인다는 것은 정설이다. 삼성그룹 이병철 창업 회장은 "의심하면 쓰지 말고, 일단 쓰면 의심하지 말라(疑人不用,用而不疑)"고 말했다. 충언이나 고언을 듣기 싫어하는 경영자는 물러나야 한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는 진리를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고언과 직언은 균형 잡힌 판단을 내리는데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한다. 바른말을 하는 인재의 용기를 내칠 것이 아니라 격려할 일이다.

여섯째, 법을 잘 안 지킨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법을 잘 안 지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한국인들은 법을 대할 때 준법하기 보다 법을 피해갈수 있는 방법이나 예외를 먼저 살피는 잘못된 성향을 띈다. 중국은 법의 집행이 느슨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에 비해서 상당히 엄격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법을 어기고 수익을 내는 기업은 나중에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결국 감옥으로 가기 마련이다.

일곱째, 디테일에 약하다. 공상적인 계획은 자기의 머리 속에 존재 하는지 모르겠으나, 실질적인 계획이 없다. 뚜렷한 목표와 비전의 제시 없는 사업은 목적지가 없는 항해와 같다. 조그만 한 어려움이 닥쳐도 금방 방향을 잃고 흔들린다. 순발력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이 약한 것이다. 사업에 대한 세밀한 대책과 전략은 중국사업의 기본이다.

여덟째, 잘못되면 남을 탓한다. 중국사업에서 실패하고 귀국해서는 중국을 욕하는 사람이 많다. 사정을 들어보면 자기의 역량부족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슨 일이 잘못되었을 때 남을 탓하는 사람은 질적으로 나쁜 사람이다. 책임은 자기가 지고 공로는 남에게 돌리는 품성(功歸天下人 過於自己)을 가진 사람이 중국에서 성공한다.

아홉째, 조급증이 심하다. 한국인은 중국인에 비해 조급한 성격이 강하다. 중국사업에서 조급증은 사업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은 지역적으로 넓고 인구도 많으며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에 피드백(feedback)이 느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조급함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같이 중국에서 실패하는 사람이나 기업은 한국에 있었어도 실패 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면 중국으로 가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답답한 것은 중국 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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