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내달 초 '롯데그룹 개혁 청사진' 밝힐 듯

2015-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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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경영권분쟁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한국과 일본 롯데의 핵심 지배 고리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승리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룹 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입지를 굳힌 가운데 빠르면 9월 초 그룹 개혁 전반에 걸친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힌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롯데그룹 수뇌부는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주총 후 발표문을 통해 "이로써 롯데 그룹은 법과 원칙에 의거한 경영 및 경영투명성을 한층 더 강화하고 철저하게 실행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 한 것을 계기로 개혁안 마련에 착수한 것이다.

롯데그룹 핵심 관계자는 20일 "지배구조와 기업문화 개선, 경영투명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다음 달 초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주총 전후로 8일간 일본에 머물다 이날 오후 귀국한 신 회장은 롯데개혁을 우선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롯데 개혁 작업은 이미 여러 차례 예고됐다. 기존 신격호 총괄회장 체제에서 벗어나 신동빈 회장의 롯데로 조정해갈 것이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를 두고 롯데그룹 내부에선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개혁이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개혁을 명분으로 신 회장이 불만 세력을 제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이 개혁의 첫 단추는 가족을 향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경영과 가족의 문제를 혼동해선 안 되며 회사의 경영은 법과 원칙에 따라 해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아온 신 회장이 차제에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분명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족의 부당한 경영 참여를 금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 회장의 이런 구상은 호텔롯데 등 주요 계열사 상장과 416개의 순환출자고리 연내 80% 해소 조치를 통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70년 롯데의 폐쇄성을 극복하는 방안이 바로 기업 공개"라면서 "신 회장은 호텔롯데에 이어 세븐일레븐, 롯데리아 등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기업 상장을 통해 적극적으로 교감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19일 국내외 10여개 증권사에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를 발송하는 등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상장 이전 단계에서도 기업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자산 3000억원 이상의 모든 계열사에 사외이사를 두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 기준대로라면 롯데그룹 비상장 계열사의 90% 이상이 해당된다.

기업이 IPO를 거쳐 증권시장에 상장되면 의무적으로 외부감사를 받고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금융감독원 등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 경영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에 대한 시비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그러나 신 회장의 이런 기업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실질적인 소유주인 일본인 주주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롯데그룹은 반도체 회로보다도 더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가진 전 근대적 기업이라는 비난에 대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빚을 지면서 사업하지 마라'는 철학에 따라 현물출자를 했던 탓에 생긴 것"이라면서도 "수조원이 들더라도 이번 기회에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은 이참에 내외부 인사가 고루 참여하는 기업문화개선위원회를 본격적으로 가동해 내부의 원활한 소통을 유도하는 한편 골목상권 침해, '갑질 문화' 등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롯데의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는데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신동빈 회장이 주총에서 완승했으나 현재로선 산너머 산인 형국이다.

신격호·동주·동빈 3부자의 진흙탕 경영권 다툼에 롯데에 대한 일본기업 논란 등으로 반(反) 롯데 정서가 확연해 롯데 불매운동이 확산할 지경에 처했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롯데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미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이 가세해 롯데의 지배구조 개선과 복잡한 순환출자고리 개선을 요구하고 있고 정치권에서 국정감사에서 신동빈 회장 소환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연말로 특허가 만료될 예정인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에 불똥이 튈 위기에 처했다. 롯데에 특혜를 줘선 안 된다는 여론이 거세다. 롯데 수뇌부가 가장 고심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때문에 롯데 수뇌부는 여러 차례 회의를 거듭하면서 롯데 반감을 해소하기위한 해법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철저한 개혁 조치와 더불어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데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의 일본기업 논란에 대해 "신동빈 회장 역시 오랫동안 일본에 살았던 탓에 모국어가 서툴었지만, 경영에 참여한 이후 본인의 핸디캡 극복을 위해 모든 회의를 모국어로 하는 노력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롯데 내부에선 주요 계열사 상장과 순환출자고리 해소 노력이 일본 주주들에겐 지분율 축소와 영향력 감소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개혁 조치와 함께 일본 주주 설득작업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런 가운데 롯데그룹의 후계분쟁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첫 주총에서 승리하기는 했으나 신격호·동주 부자의 계열사 지분이 경영권을 위협할 수준인데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이 언제든 롯데홀딩스 임원진 교체 주총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한일 롯데의 '원톱'으로서 양쪽 모두 장악한 상황이어서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은 없지만 다시 롯데 후계분쟁이 불거지면 개혁 작업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

롯데 안팎에선 신 회장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되 가족 갈등을 봉합하는 조처를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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