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자본유출 금융위기보다 심각...세계 경제위기 '방아쇠' 되나

2015-08-1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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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중국신문사]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신흥국의 위기가 이제는 세계 경제까지 위협하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악재에 직면한 신흥국 경제는 성장률 둔화와 급속한 통화가치 하락에 이어 심각한 자본유출 등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NN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13개월 간 19개 신흥국에서 순유출된 자본 규모는 9402억 달러(약 111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08년~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3개 분기 동안의 순유출 자본 규모(4800억 달러)와 비교해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신흥시장은 금융위기 이후인 지난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6년 간 2조 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되는 혜택을 누려왔으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문제는 신흥국 자본유출이 세계 경제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신흥국 자본유출 - 달러화 대비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 - 수입 수요 감소 - 내수 위축 - 글로벌 총수요 둔화 - 세계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다. 여기에는 중국의 성장둔화와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의 2가지 배경이 악재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세계 경제 위기의 진앙지로 불리는 중국 성장둔화가 신흥국의 위기를 재촉하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대중 수출 부진은 신흥국의 글로벌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최근 단행한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는 신흥국 통화가치를 빠르게 끌어내리고 있다. 이날도 터키 리라화와 칠레 페소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 대비 각각 1%, 1.4%씩 하락했고, 러시아 루블화 가치도 이번 주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연준 금리인상 전망에 의한 강달러 현상은 신흥국 수입 수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달러 강세가 이어지던 지난 6월 전체 신흥국의 수입 규모는 전년동기대비 13.2% 줄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신흥국의 위기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흥국 엑소더스(탈출)로 이어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가 202명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14년여 만에 최저치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만 5740억 달러에 달한다. 이들 중 3분의 1은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이 평균 이하였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지난해 3월 중국의 부채 증가 당시보다도 적은 규모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앞으로 신흥국 자본이탈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세계 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닐 셰어링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속되는 자본유출로 신흥국의 내수가 위축되면 원자재 가격은 앞으로 더 낮아지게 되고, 이는 주요 원자재 생산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은 바닥을 쳤다는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신흥국의 추가 자본유출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베른트 베르크 소시에테제네랄 전략가는 "신흥국 통화 가치는 현재 최악의 폭풍을 마주하고 있다"면서 "선진국의 경제 회복세가 중국과 다른 신흥국의 부담을 덜어줄 정도로 강력하지 않은 상황에서, 신흥국 위기는 세계 경제에 대한 공포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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