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권력의 우위에 있는 자가 약자에게 부당하게 하는 행위를 비꼬아 말하는 이른바 '갑질 문화'가 성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성관계를 강요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지위를 내세워 무언의 불이익을 주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해 파장이 크다.
더욱이 경찰, 군대, 교육계 등 근절 도모에 앞장서야 하는 기관에서 연달아 추문이 일어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군대에서도 이 같은 성범죄 피해자가 속출했다. 공군 김모 중령은 지난해 부대 회식 후 관사로 복귀하기 위해 여하사와 함께 택시를 타고 가던 중 손을 잡거나 허리를 감싸는 추행을 해 해임 조치됐다. 강원도 화천의 육군15사단에서는 상관의 끊임없는 성관계 요구에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교단도 마찬가지다. 서울 서대문구 공립고등학교 교사 5명이 2년 넘게 여학생을 성추행하거나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또한 학생들뿐 아니라 동료 여교사들에게도 성희롱을 해왔으며 해당 학교 교장은 문제를 중재하겠다는 이유로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기관들은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했다. 성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 해임하거나 영구 퇴출을 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이와 함께 성 비위 우려자에 대한 특별관리를 강화하는 등 2차 대책을 내놓았다. 신고통로 개선 및 피해자 보호활동 전개, 성 비위 예방교육 및 성희롱 피해 전수조사 등이 포함됐다.
국방부는 인사고과권을 가진 상급자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하사의 근무평정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고 본인에게 평정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전과자의 교원 자격 취득을 제한하고 성범죄를 저지르면 교원 자격을 취소하는 초·중등교육법과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이달 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여성단체들은 이러한 강력 대응을 반기면서도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심쩍은 반응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성범죄를 막는 법이나 제도가 없지는 않으나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피해자가 오히려 눈치를 보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잘 시행될지는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적절 수위의 징계와 이를 시행할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권익연구센터장은 "강력한 제도는 필요하지만 이는 극단적인 범죄인 강간 등에만 국한될 수 있다"며 "경미한 경우, 이에 맞는 징계 수위를 제안해 작은 범죄도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모든 부서별로 성폭력 예방 방법 기획서를 제출하도록 권고해 구체적인 예산안을 꾸려야 한다. 이후 정부 차원에서 관리 및 감독을 해야 사건이 은폐될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