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 배임 혐의 부인…"규정에 따른 금액"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사진=방송화면 캡쳐]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인수 과정에서 수천억원대의 국고손실을 내 구속기소된 강영원(64)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재판에서 배임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동아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강 전 사장의 변호인은 "공사 내부 규정에 따르면 M&A(인수합병)에서 (시장가격의) 10％ 정도는 사장이 유동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라며 "하베스트 인수 금액은 10％ 범위 내에 포함되므로 배임죄 성립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M&A는 적정가치로 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요구하는 가격을 고려해 협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석유공사에 손해를 끼치고 하베스트에 이익을 얻게 할 목적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강 전 사장은 2009년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와 정유 부문 자회사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을 인수하며 시장가격인 주당 7.31 캐나다 달러보다 훨씬 높은 주당 10 캐나다 달러를 지불, 회사에 5500여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다.

관련기사

• 대왕고래 사냥 본격 시작…석유공사 탐사시추 착수
• 석유공사, KOTRA·환경公 협업으로 감사 전문성 강화

석유공사는 당시 NARL을 인수하는 데만 1조3700억원을 쏟아부었으나 매년 적자가 누적되자 인수비용의 3％에도 못 미치는 329억원으로 작년 8월 매각했다.

검찰 조사결과 석유공사는 해당사업을 추진하면서 제대로 된 투자 적성성 및 자산가치 검토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투자 자문사인 메릴린치는 하베스트가 제시한 자료를 그대로 인용, 강 사장은 이 자료를 믿고 NARL을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사장은 자원외교 비리 수사에 관해 전직 에너지공기업 사장으로는 처음 재판에 넘겨졌다.

다음 재판은 내달 1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