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8.15다. 광복 70주년이 되는 특별한 날이다. 아쉽지만, 남북 분단의 70년이기도 하다. 게다가, 경제 기적의 70년이기도 하다. 70년 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지만, 요즘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세계에서 13번째로 크다. 수출입을 합친 무역규모로는 세계 7위다. 70년 전에 비하면 상전벽해라고 할 수 있는 분야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휴대폰과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 분야가 특히 그렇다. 스마트 폰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등 정보통신 분야의 경쟁력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다.
휴대폰 가입자가 인구를 추월했다. 2012년 말 현재 휴대폰 가입자 수는 5363만 명에 달한다. 유치원 꼬마들도 들고 다닌다. 1주일에 1시간이라도 돈을 벌기위해 일한 사람을 취업자라고 하는데, 2500만 명 정도 되는 취업자의 2배가 넘고, 갓난아기를 포함해서 2012년의 인구 5021만 명보다 더 많다.
1984년에는 3000명도 안되는 소수의 부자들만을 위한 폰이었는데, 이것이 요즘은 유치원 아이들도 들고 다니고, 산골의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들고 다닐 정도로 대중화가 된건데, 휴대폰이 이처럼 짧은 시간에 대중화 될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휴대폰 대중화는 크게 2가지 측면에서 가능했는데, 휴대폰 가격이 싸진 것과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크게 향상된 것을 들 수 있다. 먼저, 1984년에는 휴대폰 가격만 331만원이었지만, 지금은 컴퓨터와 맞먹는 성능의 스마트폰이 100만원 정도하고, 보급형 스마트폰은 훨씬 저렴하다. 그냥 전화만 되는 구형 핸드폰은 10만원 안팎으로도 살 수 있다. 그만큼 선택의 폭도 많이 넓어졌다. 그리고, 국민소득이 크게 증가한 것도 휴대폰 대중화에 기여했다. 1984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185만원 정도였다면, 2012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2500만원 정도로 크게 올라섰으니까 국민 누구나 휴대폰을 큰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휴대폰에 밀려서 요즘은 유선전화가 천대를 받고 있지만, 70년 전 해방 당시에는 전화가 귀했다. 1960년대에 유선전화 가입률이 0.3%에 불과했다. 1000명 중 3명 정도만 전화가 있었다. 당시 우유 빛깔의 백색전화는 고급스런 명품 가구처럼 애지중지했고, 서비스를 신청하면 몇 달씩 걸렸고, 전화 채권을 사는 등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했다. 그러던 시절을 지나 요즘은 비싼 휴대전화의 숫자가 인구보다 더 많아졌다고 하니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자살률, 특히 노인 자살률 역시 격세지감이다. 큰 걱정거리다. 많고 편리해진 휴대폰으로 하루 한번씩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린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살만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