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다시한번 머리를 숙였다. 벌써 세 번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1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그랜드볼룸에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불거진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악화되고 있는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겠다는 의도에서다.
이날 신 회장이 밝힌 개혁 방안은 총 세 가지다.
먼저 신 회장은 "롯데호텔에 대해 일본 계열 회사들의 지분 비율을 축소하겠다"면서 "주주 구성이 다양해지도록 기업 공개를 추진하고 종합적으로 개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416개에 달하는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와 관련해서도 "현재 남아 있는 순환출자의 80% 이상을 연말까지 해소하는 등 순환출자를 비롯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제고 조치를 빠른 시일 내에 시행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데 7조원의 재원이 필요하지만 현 상항을 깊이 고민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 하겠다"라고 설명했다.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그룹 내에 '지배구조 개선 테스크포스(TFT)팀'을 출범시키고 '기업문화 개선위원회'도 설치·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신 회장은 '일본 기업' 논란에 대해서는 한국 기업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한국 롯데는 기업공개를 통해 소유구조가 분산됐고 국내에 상장된 8개 계열사 매출액이 그룹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일 롯데의 지배 고리로 세간의 논란이 된 L투자회사들에 대해 "일본 롯데 계열 기업이 공동으로 투자에 참여하면서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롯데호텔이 1972년부터 완공할 때까지 1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그 돈을 한 개 회사가 감당할 수 없어 부친(신격호 총괄회장)이 설립한 일본 롯데제과 등 다수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롯데호텔은 국부가 일본으로 유출된 창구가 아니고 아버님의 뜻에 따라 일본 롯데 회사들이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투자 창구 역할을 성실히 해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신 회장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 롯데의 지주사격인 호텔롯데에 대한 상장을 핵심으로 내걸었지만 일본 지분율이 워낙 높아 상장만으로는 단기간에 낮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전에는 '일본 기업' 논란을 잠재우기 쉽지 않고, 이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과의 반대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국세청·관세청·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 등 사실상 모든 채널을 동원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와 거래 관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정치권도 재벌 개혁을 위한 입법을 준비 중이다.
특히 롯데그룹의 일본 기업 논란과 함께 정부 특혜가 과도했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반(反) 롯데 정서'가 전 계열사로 확산,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