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롯데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 서 있는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사태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10일, 신 회장이 11일 오전 11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정치권의 전방위적인 압박까지 받는 롯데그룹이 어느 정도의 개선방안을 내놓을지 신 회장의 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겸한 자리에서 우선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과 주주, 고객들에게 사과할 예정이라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지난 3일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머리 숙여 사죄했던 신 회장은 이날 재차 사과의 뜻을 표명하며 롯데그룹에 대한 비난 여론을 달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연말로 예정된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잠실점 재입찰, 카지노 복합리조트 입찰 심사 등 핵심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롯데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2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신 회장은 경영 책임자로서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한다는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앞으로 주주총회 등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경영권 분쟁을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하고 그룹 운영을 정상화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의 사과문에는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기관은 롯데에 지배구조, 재무현황을 비롯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여야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롯데를 비판하는 등 롯데그룹은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는 지난 6일 "정부는 이번 롯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자금흐름을 관계 기관이 엄밀히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경고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 회장이 기업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롯데그룹의 설명이다.
다만, 개선안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인 수준까지 언급할 지가 관건이다.
신 회장은 한국 롯데 지주사인 호텔롯데의 상장, 지주회사 체제 전환, 사외이사 확대, 일본 지분 축소 등 지배구조 개편 및 경영 투명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직접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기업 총수로서의 의지 정도만 표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롯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발언에 따라 앞으로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순차적으로 밟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롯데의 국적 논란을 털어내고자 그룹 차원의 경기 활성화 방안도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지난 3일 '롯데는 일본 기업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 기업"이라면서 "매출의 95%가 우리나라(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지만 롯데의 '국적 논란'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는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과 함께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유통, 식품 등 소비재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으로서 매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국적 논란은 치명적이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이 국내 경제에 기여하는 부분을 강조하는 한편 정부 정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국내 투자 및 사회공헌활동 등에 대한 계획을 밝힐 수 있다.
앞서 지난 7일 롯데그룹이 2018년까지 2만4200명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도 정부 핵심 정책인 청년 일자리 창출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국민의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정부는 경영 투명화에 대한 총수의 의지를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것들에 대해 신 회장이 본인의 결단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