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외국계 가전·전자업체들이 국내 의료기기 시장으로 빠르게 방향을 틀고 있다.
필립스 등 가전기기 업체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국내 가전 시장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점차 규모가 늘고 있지만 뚜렷한 선발 주자가 없는 국내 의료기기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게다가 시장조사기관인 BMI는 빨라지는 고령화와 실버산업 성장 등의 영향으로 2019년 세계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545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막대한 시장규모에 비해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5조1076억원으로 전 세계 시장의 약 1%대 수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국내 의료기기 업체가 영세한 규모를 벗어나지 못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외국계 전자·가전 업체들은 국내 의료기기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여기고 앞다퉈 주도권 선점에 나서고 있다.
CD플레이어부터 주방 가전기기까지 다양한 가전제품을 개발해온 필립스는 2000년대 들어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등의 영상진단장비를 주력 사업으로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했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반도체, TV 등의 사업부문을 전부 매각하고 헬스케어 부문과 소비자 생활가전 부문을 ‘헬스테크 (HealthTech)’로 통합 개편하는 등 의료기기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월 유방암 조기 진단율을 높일 수 있는 스펙트럴 유방촬영 솔루션 ‘마이크로도스SI(MicroDose SI)’을 국내 출시했으며, 5월에는 고사양 초음파 진단 시스템인 에픽 (EPIQ)을 선보이기도 했다.
필립스 측은 “고령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고 건강관리 및 전문 의료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포착해 의료기기 사업으로의 변화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필름 기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일본의 후지필름 역시 의료기기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후지필름은 지난해 의료기기 법인 후지필름소노사이트코리아를 설립하고 올해 초 첫 신제품인 초음파 진단기기 ‘엑스포트(X-porte)’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의료기기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후지필름은 국내 의료기기 중에서도 초음파 진단기기 시장에 집중하고 있으며, 마취과·응급의학과·영상의학과 등을 주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세탁기, 냉장고 등을 생산하는 독일 가전업체인 밀레는 의료 및 실험실용 세척기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며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3월 수술용 로봇 세척기인 '로봇 바리오'를 선보였으며, 이미 강남 가톨릭 성모병원 등 국내 병원에 의료기기를 공급하고 있다.
카메라 기업인 올림푸스는 광학기업 특유의 렌즈 기술을 이용, 국내외 내시경 시장에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올림푸스는 1950년부터 내시경 사업에 착수해 연구개발 해왔으며, 현재 소화기 내시경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게다가 올림푸스는 최근 내과 시장을 넘어 외과 시장 공략도 선언했다. 올림푸스는 지난 4월 외과(SP) 사업부를 신설하고 3D 복강경 ‘엔도아이 플렉스 3D’와 에너지 수술기구인 ‘썬더비트’등의 외과장비를 출시하며 외과영역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