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영화는 충무로, 패션하면 동대문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처럼 앞으로 벤처하면 역삼동 팁스 타운이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14일에 개소한 팁스(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타운은 창업과 보육 및 투자까지 벤처기업을 한 공간에서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프로그램이다.
팁스 타운은 영국 런던 이스트 지역 쇼디치 올드 스트리트와 올림픽 주경기장 일대에 조성된 벤처창업 허브인 테크시티와 비교되기도 한다.
테크시티는 미디어와 IT(정보기술) 분야 벤처기업 약 1500개가 입주해 있고 영국을 IT 미디어 산업 기반으로 탈바꿈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팁스 타운 역시 창업자들이 벤처캐피탈(VC), 엔젤(초기)투자자, 액셀러레이터 등 투자자들과 동고동락하며 유기적으로 네트워킹할 수 있는 벤처창업의 요람이 강남 테헤란로 한복판에 마련됐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큰 관심을 받았다.
한 청장은 인터뷰 내내 팁스 타운에 대해서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단순히 보이는 수치적인 효과를 넘어선 그 이상을 기대하고 있어서다.
그는 “팁스 타운에 입점한 기업들의 개별적인 성공도 중요하지만 서로 한 데 모여 나오는 시너지 효과가 더 중요하다”면서 “네트워킹 공간인 ‘스타트업 스퀘어’ 같은 곳에서 창업자와 창업보육 및 투자기관 관계자들이 자유롭게 교류하다보면 그것이 바로 융복합”이라고 강조했다.
한 청장은 “창의력이 꼭 프리젠테이션과 세미나 등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호프집에 모여 맥주를 한잔 하던지, 자유로운 수다에서 영감이 나오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수인력들이 팁스 타운으로 몰려들고 있다. 전체 팁스 창업자 중에서 버클리, 코넬 등 유수의 해외대학을 졸업한 창업자들이 36명에 달하며 창업자의 45%(127명)가 석·박사 출신이다. 삼성, 네이버, 애플, 구글 등 국내외 대기업에 다니다 창업에 뛰어든 사람도 29%(80명)를 차지한다.
가만히 직장생활만 해도 연봉 1~2억씩 받는 고급인력들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한 청장은 “팁스 타운은 우수 전문인력을 창업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만들어졌다”면서 “투자자와 창업가들의 물리적 거리를 좁혀 창업 성공률을 높이겠다”고 역설했다.
그는 같은 날 첫 방송을 시작한 공영홈쇼핑 ‘아임쇼핑’에 대해서는 “설립 3년 차인 2017년 매출 7000억원, 흑자전환을 달성하고 2019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 청장은 “공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벤처업계에서 창조혁신제품을 많이 발굴해야 한다”면서 “창업사관학교의 제품들과 조금 있으면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나오는 제품들도 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과 모바일까지 연동한 통합유통플랫폼을 오는 10월까지 선보일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중소기업들의 판로를 확대하는 한편, 맞춤형 마케팅까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50%), 농협(45%), 수협(5%)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아임쇼핑은 제품을 공급하는 중소업체와 농어민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판매 수수료율을 기존 민간 홈쇼핑 평균(34.0%)보다 크게 밑도는 23% 수준으로 낮췄다.
한 청장은 홈앤쇼핑과의 역할 중복 문제에 대해서는 “수수료 문제 등 홈앤쇼핑의 몇 가지 아쉬운 점 때문에 아임쇼핑이 생겨나게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홈앤쇼핑도 더 분발해주고 아임쇼핑은 아임쇼핑대로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고 답했다.
“특정 제품이 히트를 쳤다고 계속 아임쇼핑에 눌러 앉아 있으면 절대 안 됩니다. 기존 홈쇼핑이나 해외로 보내는 등 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기회를 골고루 줘야 합니다.”
그는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은 평생 안고 가야할 숙명과도 같다고 말했다.
내수시장이 협소할 뿐만 아니라 2012년에 무역의존도가 94.6%를 기록하는 등 수출을 하지 않고는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중기청은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역량별·단계별 맞춤형 지원방안을 마련 추진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있다.
중진공과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의 업무 중첩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진공은 초기 단계의 기업들을 밀착 지원하는 데 장점이 있다, 양 기관이 서로 보완관계를 유지하면서 기능적인 면에서도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청장은 “글로벌 역량진단 프로그램을 도입해 전문가들이 진단부터 하고 역량별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수출 채널을 다양화 하고, 해외 현지에 진출거점을 마련해 중소기업 수출실행 및 현지진출을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중국시장 진출과 관련해서는 “한중 FTA(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됐지만 여전히 비관세 장벽, 통관, 위생허가 등의 문제가 많다”면서 “이미 포화된 1선 도시 말고 2~3선 도시에 고급소비자층 타깃으로 한류상품 집중 공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초에 야심차게 출범했던 대중국TF팀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등 시행착오도 있었다.
“일부 정책 개발 쪽에 성과도 있었지만 단기간 내 뚜렷한 성과내기가 어려웠습니다. 해외시장과에 중국팀은 그대로 있는 만큼 내년 예산 상황을 봐서 보완하겠습니다.”
그는 “짝퉁 상품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메이드 인 코리아 인증마크를 만들 생각”이라며 “기간은 5년 정도를 잡고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올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 청장은 상반기에 아쉬웠던 점을 묻는 질문에는 “시장의 불균형과 불공정을 바로 잡는 균형정책이 시장에서 작동을 못했다”면서 “불공정 행위를 신고한 중소기업에 대해 대기업이 보복할 경우, 즉시 정부사업 입찰참가를 금지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도’나 ‘공공조달 최저가 낙찰제 폐지’ 등을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