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그리스에 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그리스 정부와 국제채권단의 3차 구제금융 협상이 나흘째로 접어든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3차 구제금융 참여를 유보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IMF는 지난 29일(이하 현지시간) 2시간에 결쳐 이사회를 열고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의 3차 구제금융 협상에는 참여하되, 860억 유로(약 109조8000억원) 상당의 3차 구제금융 지급에 합의할지에 대한 결정은 유보하기로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 보도했다.
FT가 입수한 4장짜리 'IMF 이사회 회의 극비 요약본'에 따르면 IMF는 그리스가 종합적인 개혁조치에 합의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채권단이 그리스에 대한 채무탕감에 합의한 후에야 3차 구제금융 지급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IMF의 한 관계자 또한 기자들과 만나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중기적으로 지속성을 가지려면 개혁에 대한 그리스 측의 어려운 결정과 채무 경감에 대한 채권단의 어려운 결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그리스 채무부담 경감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유럽채권단과 달리 IMF는 높은 부채수준과 저조한 개혁안 이행력을 고려해 그리스의 부채를 탕감해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 채권단이 이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3차 구제금융 협상의 험로를 예고해왔다.
그리스 정부는 농업부문에 대한 세금인상과 연금 수급 개시연령 상향 등 주요 개혁조치에 대한 의회 의결을 아직 마무리짓지 못했다. 아울러 IMF는 그리스에 대해 GDP(국내총생산)의 30%에 해당하는 537억 유로 가량의 채무탕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유로존은 만기연장이나 이자납부 연기, 융자 등 채무재조정만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IMF의 유보 결정은 빠르면 수개월, 최악의 경우 내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에 그리스는 큰 고민에 휩싸이게 됐다. 당장 ECB에 대한 채무상환일인 8월 20일까지 3차 구제금융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게 됐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문제만이 아니다. ECB와 EC는 IMF가 결정할 때까지 그리스의 파산을 막는데 필요한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1위 채권국인 독일 의회가 3차 구제금융 지급안에 대한 승인을 하지 않게 되면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지급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리스는 내달 20일 전에 3차 구제금융 협상을 마무리하고 ECB에 진 부채 33억 유로를 갚을 예정이었지만, 현재로서는 다시 채권단에 브리지론을 요구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브리지론은 장기채무의 만기가 도래했지만 상환 자금이 부족할 경우 일시적으로 빌리는 급전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야누스 바루파키스 전 그리스 재무장관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배후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IMF와 쇼이블레 장관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그들은 3차 구제금융 협상이 진행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