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최근 지속되는 전세난에 매매전환 사례가 늘어나면서 아파트 매맷값과 전셋값이 큰 폭의 동반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아파트 입주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실수요자들이 다세대 및 연립 주택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해당 거래가 급증하는 모습이다.
2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현재까지 거래된 서울의 다세대·연립 주택은 총 517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7월(5719건) 이후 월별 기준 역대 최대치 기록이다.
실거래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7월 다세대·연립 주택 거래가 5100건을 넘은 적은 이달을 포함해 단 세 번에 불과하다.
이처럼 최근 서울 다세대·연립 주택의 거래가 급증한 것은 전세난 지속에 따라 아파트 전셋값이 크게 뛴 데다, 매매전환 사례도 늘어나면서 매맷값도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기준 수도권 아파트 3.3㎡당 평균 전세가격은 1017만원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경우 3.3㎡당 평균 전세가격이 1386만원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6개월 연속 아파트 전셋값이 오름세를 보인 결과다.
이와 함께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매맷값도 34개월 만에 1700만원 선을 다시 넘어섰다. 역대 최고점인 2010년 3월(1850만원) 대비 92%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값이 오른 아파트에 무리하게 입주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세대·연립 주택을 구매해 ‘내 집 마련’에 나서겠다는 심리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이 지난 3월부터 이달 초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파트 전세 대신 다세대·연립 주택을 구매하겠다는 네티즌이 전체 응답자(400명) 가운데 76%(302명)에 달했다. 10명 중 8명은 끝 모르고 치솟는 아파트 전셋값을 맞춰줄 바에 차라리 다세대·연립 주택을 구매해 거주하겠다는 것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네티즌은 “신규 분양하는 다세대·연립 주택은 내부 인테리어도 좋고 주차장도 넉넉히 확보돼 있는 등 아파트보다 거주 환경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면서 “최근 아파트 매맷값은 물론 전셋값이 뛰어도 너무 뛰었기에 큰 금액의 대출을 받아 아파트에 입주하기보다 다세대·연립 주택에 자가로 거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아파트 전세시장이 불안하고 물량도 없다보니 대체재 성격으로 눈높이를 낮춰 다세대·연립 주택을 구매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최근 수도권에는 신축 빌라 분양도 증가해 기존 아파트 전세금 정도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어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