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경 FM파트너스 대표]
외환위기 이후 내수를 살려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정책으로 신용카드의 사용이 장려됐다. 연말 소득공제 혜택과 각종 우대정책 그리고 카드 전표 추첨을 통해 상금을 주는 등 당국의 정책과 금융사의 마케팅이 어우러져 신용카드 보급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당시 길거리에서 카드 회원을 모집하는 모습은 아주 흔한 장면이었다. 심지어 소득이 없는 학생에게도 카드 발급이 이뤄졌다고 하니 무분별한 발급이 극에 달할 정도였다.
소비자들은 쉽사리 카드 사용의 달콤함에 길들여 졌다. 지나친 카드 사용으로 결제가 버거워진 소비자들은 카드론과 현금 서비스를 이용해 돌려막기로 버텼다. 금융당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하고 카드한도 축소라는 과격한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서서히 시작된 부실은 한순간에 폭발했고 경제는 다시금 침체로 들어갔다.
가계부채 문제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사건은 바로 2007년 발생한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다. 저금리 기조와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성장으로 미국 경제는 낮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며 호황을 이어갔다. 소득이 취약한 사람들도 비우량 담보대출인 서브프라임 모지지를 이용해 주택 구입을 하고 주택상승분 만큼 추가 대출을 받아 모기지 이자도 내고 생활비도 충당했으니 소비지표가 좋게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탐욕스런 모기지 판매회사는 수수료만 챙기며 부실 판매를 부채질했고, 투자은행들은 이런 비우량채권을 사들여 우량채권과 혼합해 신종금융 상품을 만들어 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신용평가기관은 안전한 상품임을 보장하며 우량등급을 부여해 줬다. 그러나 모기지 대출의 저금리 혜택이 종료되자 취약한 소득수준의 모기지 대출자부터 연체가 발생했고 더 이상 주택매수자도 찾기 어려워지자 버블은 한순간에 터졌다.
결국 과거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기관의 탐욕, 금융당국의 정책실패, 소비자의 무지함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질 때 경제위기로 전이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계속 증가하고 있는 한국의 가계부채가 1100조를 넘어서고 있다. 과거의 부채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양이다.
하지만 소득수준이 좋은 소득 4~5분위가 부채의 75%를 보유하고 있고 건전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유지하고 있는 담보대출이 주류인 것을 보면 질적으로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단순히 상환 방법을 제한하는 정책보다는 충분한 연구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대출을 희망하는 소비자들에게 금융지식 함양을 위한 양질의 금융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 중 하나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