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있는 BMW 전시장. 인기 모델 3시리즈의 견적을 요구하자 영업사원이 이런 얘기와 함께 견적서를 내민다. 1000만원에 가까운 할인 금액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수입차 업체들의 할인 공세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거의 매월 할인해 판매하는 업체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업체들의 판매는 고공행진이다. 그렇다면 ‘수입차 한 대 팔아서 얼마나 남기에 이렇게 할인판매를 하는 걸까’하는 궁금증이 들게 마련이다.
가장 일반적인 신차 유통채널 형태는 제작자로부터 공식수입업체가 직수입을 한 후 전국 직영점이나 대리점(딜러) 등을 통해 판매가 이루어지는 형태다. 이들은 CIF(Cost Insurance and Freight)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는 수출입 상품의 운임ㆍ보험료를 포함한 가격, 즉 도착항까지의 인도가격을 말한다. 수입상들은 CIF 가격에 각종 운영비용과 영업마진을 붙여 소비자 가격을 결정한다.
수입차 가격이 제각각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가격 비교 사이트도 속속 나오고 있다. ‘카비’도 그 중 하나다. 이곳은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랜드로버, 미니 브랜드의 실시간 할인가격을 알 수 있는 사이트다. 예를 들어 메르세데스 벤츠 C220 블루텍 익스클루시브 모델을 클릭하면, 정상가 5750만원과 예상 현금가 5468만원, 예상 할부가 5353만원이 공개된다. ‘바겐파크’라는 곳에서는 벤츠, BMW, 아우디, 미니, 폭스바겐 등 더욱 다양한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다.
◆FTA 발효, 수입업체만 이득
한-미 FTA, 한-EU FTA가 발효되면서 수입차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소비자들의 바람대로 되진 않았다. 일부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단계별로 관세가 낮아지는 시기를 앞두고 가격을 인상한 후 마치 관세 인하로 인해 차 가격을 낮추는 것처럼 ‘선심’을 쓰면서 기존 가격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FTA 발표로 인해 수입업체들만 이들을 봤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달리 국산차업체들은 할인이 거의 없거나 수입차에 비해 ‘박한’ 할인율을 유지하고 있다. 차 평균가격이 수입차보다 낮은 데다, 영업소들의 과열경쟁을 막는다는 이유로 개별적인 프로모션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국산차보다 ‘더 좋은 제품’을 ‘싸게 사는 듯’한 착시 현상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전문가는 “수입차의 가격 거품은 중고차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국산차보다 수입차의 감가상각률이 높은 것은 가격을 부풀려 놓고 깎아주는 관행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싸게 산 듯하지만, 결국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얘기다. 그는 또 “아직은 수입차에 대한 환상을 가진 이들이 많아서 수입차 판매가 늘고 있지만, 향후 시장이 안정되면 정상적인 판매를 하는 업체들이 인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