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국내 주식시장에서 신용융자거래 금액이 사상 처음으로 8조원을 넘어섰다. 신용융자거래는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뜻한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 잔고 금액은 지난 24일 기준으로 8조286억원이었다.
지난해 말 5조770억원이던 이 잔고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 달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에서 2394억원(6.56%), 코스닥시장에서 2666억원(6.88%) 증가했다.
특히 수출주를 중심으로 한 대형주가 부진을 겪는 가운데 중·소형주의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코스닥시장의 신용잔고 확대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코스닥시장은 이 달 들어 증권(21.24%), 미디어·교육(17.21%), 유틸리티(17.08%), 상사·자본재(14.57%), 건설(13.29%), 건강관리(11.94%), 화학(11.09%) 등의 순으로 신용 잔고액이 늘어났다. 24일 현재 토비스(10.68%), 좋은사람들(8.11%), 파인테크닉스(8.11%), 리노스(7.52%), 팬엔터테인먼트(7.45%), 현대통신(7.33%), 이엠텍(7.23%), 산성앨엔에스(7.23%) 등이 시가총액 대비 신용잔고 비중이 컸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상사·자본재(35.46%), 유통(33.85%), 보험(24.62%), 호텔·레저(18.41%), 철강(15.90%), 건강관리(14.19%) 등의 업종 순으로 '빚 투자'가 증가했다. 신용잔고 비중이 높은 상장사는 한솔홈데코(6.43%), 에이블씨엔씨(6.35%), 대영포장(5.79%), KC그린홀딩스(5.69%), 유유제약(5.45%) 등이었다.
하지만 증시 수급상황이 투자자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외국인의 자금 이탈도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오는 28∼29일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예정돼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과도한 신용 거래는 위험성이 크다. 신용 거래 비중이 큰 종목은 변동성이 크고, 지수가 하락할 때 매물 부담으로 주가 하락폭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용 거래는 악재가 생겼을 때 다른 악재를 파급할 수밖에 없는 재료"라며 "펀더멘털(기초여건)을 기반으로 신용 거래 비중이 낮은 종목 등에 대한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