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사진=각사 제공]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각 시중은행장들이 직면한 경영 현안을 챙기기 위해 분주한 가운데 올해 처음 행장 자리에 오른 CEO(최고경영자)들이 첫 해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이광구 우리은행장이다. 최근 정부에서 과점주주 방식을 포함한 민영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금융권 안팎에서 연내 매각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강한 은행'을 만들어 임기 내에 반드시 민영화를 달성하겠다는 이 행장의 의지가 실현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성공적인 매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야 하지만 은행업의 성장세가 전반적으로 둔화된 가운데 은행 홀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이 특히 문제로 꼽힌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해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증권, 보험 등 알짜 계열사를 전부 매각했다. 이렇다보니 갈길 바쁜 이 행장의 근심이 날로 커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의 경우 신한금융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들이 성장세를 이어간 것과 대조적으로 신한은행만 부진한 실적을 기록해 근심이 크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순이익 7903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6% 넘게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이자수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2분기 1.77%에서 올해 1.50%로 주저앉았다.
이런 가운데 조 행장은 취임 이후 첫 정기인사를 실시하면서 '현장 영업동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기관고객부 담당 본부장을 추가로 배치해 기관영업을 강화했고, 리테일 영업점의 수익성 및 생산성 제고를 위해 최일선에 배치돼 있는 SOHO 영업전담 직원인 리테일 RM을 459명에서 502명으로 확대했다. 아울러 효율적 현장 지원과 사업 추진의 일관성을 위해 사업그룹 관련 부서장을 전원 유임시켰고, 영업점장의 이동을 최소화했다.
지난 2월 부임한 김병호 하나은행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앞두고 벌써부터 거취 문제에 맞닥뜨렸다. 이르면 오는 9월 통합은행이 출범하게 되면 8월쯤 통합은행장이 먼저 선임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통합은행장으로는 김 행장과 함께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김 행장은 하나은행의 '적자'라 할 수 있는 한국투자금융 출신이다. 꼼꼼하고 논리적이며 은행과 지주에서 다양한 업무를 두루 맡은 전략·재무통이라는 평가다. 다만 내부적으로 조직 장악이 아직 확고하지 않은 데다 통합은행장을 맡기에 다소 나이가 젊다는 게 발목을 잡고 있다. 지점장급과 비슷한 연배인 만큼 통합은행을 총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좌이동제, 인터넷전문은행 등으로 하반기 금융산업 전체적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CEO(최고경영자)들의 고민이 클 것"이라며 "여름 휴가도 반납한 채 경영 전략 마련에 집중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