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지현 “‘암살’, 시대가 주는 메시지가 있는 영화”

2015-07-2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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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대중이 배우 전지현(33·본명 왕지현)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대부분 귀엽고 발랄하다는 것이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01)에서 비롯된 것임에 분명한데, 이후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04)와 ‘도둑들’(12) 역시 그런 전지현의 매력을 드러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베를린’(13)은 전지현이 가진 또다른 감성을 어필하는 데 충분했다.

할리우드 진출작 ‘블러드’(09) 이후 쉼표를 찍은 뒤 ‘도둑들’ ‘베를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까지 달려온 전지현의 신작은 ‘암살’(감독 최동훈·제작 케이퍼필름)이다. ‘암살’은 전지현의 다양한 매력을 볼 수 있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암살’은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만주 이청천 한국 독립군 제3지대 저격수 안옥윤과 작전을 위해 암살단을 불러모으는 냉철한 임시정부 김구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경무국 대장 염석진(이정재), 돈만 주면 국적 불문, 나이 불문 누구든지 처리해주는 상하이의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등 이들의 엇갈린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도둑들’로 제2의 전성기를 보낼 수 있게 해준 최동훈 감독의 러브콜에 응한 ‘암살’은 전지현에게 있어 여러 가지로 도전이기도 했다. 첫 1인 2역, 일어와 중국어, 가짜(더미) 총을 만들고도 실제 무기의 제원에 따라 만들어진 라이플을 들고 뛰어야하는 액션까지 쉽지 않았을 전지현을 20일 오후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만났다.

“안옥윤과 미치코, 두 역을 하는데 있어 큰 책임감이 생겼죠.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시사회 때 영화를 보는데 제가 너무 다르게 하려고 한 것 같아 아쉽기는 하더라고요. 한 명이 두 명을 연기하는 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대사 톤을 다르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언어에 따라 억양이 달라지는 게 도움이 됐다. 이미 ‘베를린’에서 북한말로 연기한 경험이 있어 그게 얼마나 큰 변화를 일으키는지 알고 있던 터였다. 이번에는 전혀 다른 외국어라는 점에서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전지현은 회상했다. 일어와 중국어의 차이를 확실하게 느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어렵겠다고 느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배우로서 욕심이 나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지현은 최동훈 감독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최동훈 감독은 전지현에게 연기지도 보다는 193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주요 배역은 허구의 인물들이지만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김구 선생이나 의열단 단장 김원봉)과 팩트를 바탕으로 구성된 작품이라서 더 그랬나 봐요. 실존 인물들이 살 수 있었던 계기와 상황을 듣다보니까 캐릭터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감독님과 인물에 대해 얘기하지도 않았어요. 배경을 들으며 그 시대를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 때문에 안옥윤이 태어난 것이라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치코와 안옥윤은 살아온 환경이 달랐기 때문에 다른 인물이 된 것인데, 그 부분도 시대의 일부분이라 생각했어요. 감독님을 역사 과외선생님으로 뒀으면 100점을 맞지 않았을까 생각할 정도였어요(웃음). 그만큼 ‘암살’은 시대가 주는 메시지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공감을 함으로써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죠.”

제일 어려웠던 것은 ‘첫 번째 대사의 톤을 어떻게 잡을 것이냐’였다고. 전지현은 안옥윤을 ‘무겁고 레이어드된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고 어두운 목소리 톤을 잡는다고 했을 때, 그를 유지할 자신감도 없었다고 전지현은 고백했다. 완벽한 시나리오와 매력적인 캐릭터 때문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는 전지현은 “심각한 인물이지만 심각하게 나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안옥윤이라 할지라도 커피도 마시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은 감정이 생길 수 있지 않느냐. 거기서 가볍게 털고 가자고 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캐릭터 구축을 완성한 전지현이 그다음 넘어야할 산은 총기 액션이었다.

“저는 몸으로 표현하는 연기가 재미있더라고요. 보통 전신샷을 찍을 때 손이나 발이 민망할 때가 있잖아요. 저는 오히려 전신샷이 편하다고 느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왜 그런가 생각을 해보니 매일 운동을 하다보니 몸에 대해 예민해졌다고 할까요? 총을 쏠 때도 발의 모양은 어떻게 해야할지 신경이 저절로 쓰였어요. 물론 훈련이 중요한데 사실 촬영 전에 시간이 많지가 않아요. 기본적인 감각이 중요한 거죠.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죠. 총이 무거우니까요. 말이 5㎏이지 들고 뛰고 쏘려면 5㎏처럼 느껴지지 않죠. 후반으로 갈수록 총이 짧아지는데, 톰슨이라는 기관총이 있는데 그건 8㎏이었어요. 무게를 견뎌내기가 쉽지는 않더라고요.”

전지현은 초반에 길이만 1m 27㎝인 러시아군 주력 소총 ‘모신나강’을 주로 사용했다. 전지현은 매일 헬스클럽에 출근도장을 찍으며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한다. 전지현은 “눈 앞에 있는 캐릭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며 “좋은 작품과 매력적인 캐릭터는 운동을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작품 복도 많지만 작품을 보는 눈도 좋은 전지현은 “실제 제 나이대에 맞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귀띔했다.

“작품에 대해 후회를 한 적은 한번도 없어요. 다만 어렸을 때 그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할걸이란 생각은 해요. 시간은 돌아갈 수 없는 것이잖아요. 그 나이에 맞는 생각과 표현이 있는 것인데, 그게 아깝더라고요. 지금도 늦지는 않았죠.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나이가 들어서도 하고 싶어요. 그래서 나이가 드는데 있어 조급함이 없는 것 같아요. 작년이나 지금이나 작품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제가 달라지는 거니까요. 그래서 나이 들어 하는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크죠.”

아직 교복이 잘 어울릴 것 같은 전지현이 말한 작품 선택의 기준에는 좋은 감독과 작가도 포함됐다.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할 것 같아요. 운 좋게 좋은 작품과 좋은 작가님을 만나서 여기까지 온 게 맞죠. 그것도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되는 것 같아요.”

전지현의 다음 행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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