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용 늘었지만 일자리 질 낮아져

2015-07-15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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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 없는 고용' 현상이 계속되면서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이 1% 성장할 때 늘어나는 취업자 수를 나타내는 성장의 고용 탄력성은 2000~2007년 평균 6만6000명에서 금융위기 이후인 2011~2014년 평균 14만8000명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졌지만, 이후에는 저성장 속에서 고용이 늘어나는 반대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낸 경제전망보고서의 주요 현안점검 자료에서 이같은 성장의 고용창출력 확대 현상이 나타난 배경을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취업자 수 증감을 추세 요인, 경기 요인, 불규칙 요인 등 세 가지 나눠 분석한 결과를 보면 경제 성장과 관련된 경기 요인이 고용 확대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경기적 요인이 고용 확대에 기여하는 비율은 금융위기 이전인 2001∼2007년 18% 수준이었으나, 위기 이후인 2011년부터 2015년 1분기 사이 -1.3%로 크게 축소됐다.

반면 추세 요인과 경기 요인을 제외한 불규칙 요인의 고용 기여율은 같은 기간 -9.3%에서 15.7%로 크게 확대했다.

저성장 흐름 속에 최근 고용 확대가 이어진 것은 경기 외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한국은행은 55세 이상 장년층이 고령화와 노후 소득여건 미흡으로 노동시장에 잔류하면서 최근의 노동공급 증가를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2001∼2010년 장년층 취업자 수는 연평균 14만명 증가했는데, 2011∼2014년에는 연평균 36만명이 증가했다.

정책적 요인 등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면서 2010년 이후 남녀 고용률 격차가 매년 0.1∼0.2%포인트씩 감소한 것도 취업자 수 증가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핵심 연령층인 30∼54세의 남녀간 고용률 격차는 2010년 30.6%였으나 2014년에는 29.7%로 줄었고, 2015년 1∼5월에는 29.1%로 좁혀졌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에서 낮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전기장비 및 기계장비와 같은 저생산성 업종과 종업원 9명 이하 소규모 업체를 중심으로 고용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부진한 상태에서 정부의 고용률 확대 정책으로 취업자 수가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투자 없는 고용이 불러오는 고용의 질 추락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한은은 설비투자 부진에 따른 자본장비율 하락과 저부가가치 업종의 취업자 수 확대 여파로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2001∼2007년 연평균 3.0%에서 2008∼2014년 1.7%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또 실질임금 증가율은 같은 기간 중 3.8%에서 0.6%에서 낮아지면서 노동생산성 증가율 감소보다 더 큰 폭으로 둔화했다고 추산했다.

투자 정체로 전체 규모의 크기는 변하지 않았는데 나눠 먹는 사람 수는 증가하면서 1인당 돌아가는 파이의 크기가 줄어들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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