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님’ 류승룡 “흥부와 놀부를 독일에서 영화화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2015-07-1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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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손님'에서 피리 부는 떠돌이 악사 우룡역을 열연한 배우 류승룡이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류승룡(44)은 변화무쌍한 배우다. 영화 ‘고지전’에서 인민군 중대장 현정윤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더니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는 ‘더티섹시’라는 애칭을 얻으며 40대 남자배우 중 독보적인 위치를 점령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허균 역을 맡아 이 시대 진정한 ‘일꾼’이란 무엇인지를 묻더니 ‘7번방의 선물’에서는 조금 덜 떨어진 아빠 이용구로 분해 눈을 의심케 했다.

‘명량’에서 구루시마 미치후사를 연기했으며 ‘표적’을 통해 리암 니슨에 버금가는 액션연기를 소화했다.

지난 9일 개봉된 ‘손님’(감독 김광태·제작 유비유필름·공동제작 웃는얼굴)에서는 피리 부는 사나이 우룡을 맡아 극의 중심에 섰다. 매 작품마다 자신만의 캐릭터로, 완벽한 메소드 연기를 펼치는 류승룡을 지난 10일 팔판동 카페에서 만났다.

호탕한 성격의 류승룡은 처음 만난 기자를 보자 깜짝 포옹을 하면서 분위기를 ‘업’ 시켰다. 먼저 완성된 작품을 본 소감을 물었다.

“시나리오에서 느꼈던 느낌 그대로였어요. 상상하고 형상화했던 그 느낌이었죠.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나타났고요. 사실 시나리오가 좋았지만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에 다 담아내지 못할 것이란 것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
 

영화 '손님'에서 피리 부는 떠돌이 악사 우룡역을 열연한 배우 류승룡이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손님’의 촬영 장소는 평창. 해발 700m 청정지역인 평창에서의 촬영은 정말 행복했다. 작물이 살기 좋은 최적의 고도, 숲속에 쌓여 진행된 촬영장은 정말 행복했다. 3개월간의 촬영 기간 동안 몸은 건강해졌지만 정신적으로는 힘들었다.

“감정을 유지해야했으니까요. 후반부에 얼굴에 분칠을 하는 장면은 지워지면 다시 칠하고, 마르길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 잘 가질 않더라고요.”

촬영이 없는 날이면 피리 부는 연습에 매진했다. 영화 속 피리 소리는 전문가가 부른 것이지만, 류승룡은 현장에서 실제로 음에 맞춰 피리를 불렀다. 잘 불러야한다는 점은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따로 강사를 두고 피리를 연습했다. 그만큼 노력하는 배우다.

‘손님’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이국적인 동화가 굉장히 새롭게 다가왔다”는 류승룡은 “어떻게 녹아날지 궁금하기도 했다”며 “1950년대, 폐쇄된 오지를 배경으로 피리 부는 사나이가 들어가면서 현재의 현실에 대입해도 이해할 수 있는 ‘공감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에 독일에서 ‘흥부와 놀부’를 모티브로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해봐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지 않겠느냐. ‘손님’도 독일에서 상영한다면 열광할 것 같다”고 피력했다.

이성민과 과거 드라마 ‘베스트셀러’에서 한 회차 정도 부딪힌 적은 있지만 제대로 조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는 류승룡은 “연극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마치 동향처럼 낯설지가 않았다. 정말 친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손님'에서 피리 부는 떠돌이 악사 우룡역을 열연한 배우 류승룡이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이번이 데뷔작인 김광태 감독에 대해서는 “연출에 있어 자기 생각이 확고한 감독”이라며 “계획이 확실했다. 신인감독으로 경험치가 부족할텐데도 아주 빠른 회차 안에 습득을 하고 원활하게 잘 찍었다. 약간은 서툰 점은 신인감독의 미덕”이라고 부연했다.

같은 프레인TPC 소속인 이준에 대해서는 “이번에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만약에 감독판이 나온다면 이준의 부분을 살려 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있었을 정도였어요. 정말 잘했죠. 편집됐기 하지만 크게 될 연기자입니다. 아이돌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마을 사람들에 섞여 있었어요. 이준을 찾기 힘들 정도였죠(웃음). 시사회 이후 자신의 분량이 편집된 부분에 의기소침할 수도 있잖아요? 그럼에도 묵묵히 자신이 할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 무척이나 성숙된 배우죠. 하루 정도 학구적으로 연기에 대해 물어보더라고요. 저도 선배가 아니라 동료로서 느낀 점들을 얘기해줬습니다.”

천우희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멜로 감정을 같이 한 천우희에 대해 “같이 작품을 한 게 영광이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촬영 때는 ‘한공주’로 상을 받고 주목을 받기 전이었어요. 천우희가 합류해 정말 좋았죠. 같이 큰 정자에 앉거나 나무 밑에서 ‘참’도 같이 먹고 산택도 했어요. 산에도 올라가고 송어도 먹고요. 연기 집중력이 대단하더라고요. 평소에는 소탈한 친구인데 연기할 때의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죠. 능력이 있는 배우죠.”
 

영화 '손님'에서 피리 부는 떠돌이 악사 우룡역을 열연한 배우 류승룡이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문득 류승룡의 작품 선택의 기준이 궁금했다.

“작품 선택의 1순위는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없는 것 같아요. 이제는 영화가 어떤 신선함이 있고, 배우로서 도전할 수 있는 여지가 무엇이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끝나고 어떤 여운이 남는냐도 기준 중 하나죠. 그런 면에서 ‘손님’은 열려진 결말이니까요. 개개인마다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겠죠. 인간의 공포와 집단 편견, 이기심을 통해 나는 합리화하고 있지 않았나, 또다른 죄를 짓고 있지는 않나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동안 다작배우에 이름을 올린 류승룡은 “이제 1년에 1편, 집중을 하고 싶다”면서 “1~2편이 적당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래도 제작사들은 계속 류승룡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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