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경문고, 세화여고, 장훈고, 미림여고를 대상으로 한 지정취소 관련 청문 절차가 끝나 20일까지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문고와 세화여고, 장훈고 세 학교는 8일 추가 청문에 참여해 평가 결과에 대해 소명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미림여고는 6일 열린 청문에 불참하는 대신 의견서를 제출했을 뿐이다.
미림여고가 다른 학교들과는 달리 의견서만 보내면서 청문에 참석하기 위한 모습을 보이지 않자 학부모들의 불안이 큰 상황이다.
청문 전 의견서를 제출할 경우 참석으로 갈음하지만 다른 세 학교들이 학부모들이 막아서는 가운데에도 참석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과는 달리 미림여고가 학부모들과의 소통이 전무한 가운데 일방적으로 의견서를 제출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다른 학교들은 학부모와의 협의에 나서며 대응하고 있지만 미림여고의 경우 학교와 학부모 사이의 소통이 없는 상황이다.
미림여고의 독자 행보가 일반고 전환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불안이 학부모 사이에서 크다.
학부모와 학교에 따르면 미림여고는 이미 지난 3일 학내 방송을 통해 지정취소 대상이 될 경우 일반고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같은 안내 방송에 대해 학교와 학부모는 재단측이 이미 일반고 전환 방침을 굳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다른 세 학교는 청문 절차에 임해 2년 유예 처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미림여고는 일반고 전환 의지가 있는 것으로 비치면서 지정 취소 요청 대상이 될 우려가 높다.
서울외고와 함께 미림여고가 지정 취소 요청 대상으로 결정될 경우 조희연 교육감의 지지층이 몰려 있는 노원구와 관악구에서 연이어 나오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서울외고 학부모들이 청문 참석을 세 차례나 막아선 것도 조 교육감에 지지를 보냈던 중산층 거주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림여고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서울외고처럼 중산층이 있는 관악구의 학부모들로 귀족학교도 아닌 곳을 왜 지정취소 대상으로 삼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미림여고의 한 학부모는 조희연 교육감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조희연 교육감은 민주적인 절차와 합당함에 대해 논하는 분이라 믿고 한 표를 찍었었다"며 "미림여고가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만점으로 나타난 것은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가 있고 성적 차별 없이 학생을 대해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학부모는 "갑자기 자사고를 포기하겠다는 재단의 통보에 당혹스럽다"며 "조 교육감이 자사고를 찬성하지 않지만 사학이 학부모 의견 수렴도 없이 독단적으로 학교 운영형태를 바꾸려 하는 사태에 야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의 특권학교 없애기 정책이 결국 명분을 위해 엉뚱한 타겟만 겨누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목고와 국제중 평가에서도 귀족학교로 비난을 받았던 영훈국제중은 2년 유예 처분을 하고 서울외고는 지정취소 요청을 해 거꾸로 된 결정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왔었다.
서울외고 학부모들이 반대하면서 세 번의 청문을 거부해 교육청이 불가피하게 지정취소 대상으로 요청했고 미림여고의 경우도 재단측의 의지가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결론적으로는 지지층이 많은 지역의 학부모들만 피해를 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외고의 경우에는 학교의 지위 유지 의지가 커 교육부가 지정취소 동의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미림여고의 경우에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림여고의 한 학부모는 “관악구에서 자사고가 미림여고 한 곳인데 일반고로 전환하게 되면 강남으로 이사 가는 수요만 늘어날 뿐”이라며 “지정취소에 대해 주민들도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