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투자자 보호 등 영업관행은 업계가 생존을 위해 스스로 해결할 문제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8일 열린 '자본시장 신뢰제고를 위한 자율결의 대회'에 참석해 금융투자업계가 금융당국의 감시·감독 없이 건전한 영업관행에 대한 문제를 자발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과거 증권사·자산운용사 대표를 역임했을 때의 경험을 들면서 "고객들에게 운용자산이 얼마나 귀중한 보물인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펀드매니저들도 많았다"며 "증권사 임직원들이 약정 실적에 시달려 주위사람이나 본인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때 고객의 눈물로 밥을 지어먹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며 "회사는 고객 이익을 최선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공동으로 금융상품 판매 관행에 대한 방안을 내놓았다.
이 방안에는 △채권시장 거래투명성 제고 △임직원 자기매매 통제 △건전한 리서치 문화 △임직원 인센티브 개선 △불안전한 영업쇄신 방안 등이 담겼다.
황 회장은 "최근 금융투자업체들이 고객의 이익을 모든 영업행위의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많은 회사들이 공개적으로 고객 이익을 목표로 내걸어 다소 위안이 되고 있는데, 이런 추세가 계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논어의 무신불립(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이란 말을 인용해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황 회장은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들의 신뢰인 것처럼 자본시장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업계는 건전한 영업관행과 신뢰를 구축하고, 금융개혁 성공을 위해 내딛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금융개혁의 목표를 공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줄탁동시(어미 닭과 알 속의 병아리가 동시아 껍질을 쪼아 부화)처럼 금융당국은 당국대로 금융개혁 의지를 다지고, 업계는 신뢰를 구축하면서 동시에 금융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자리에서 이동엽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금융당국에선 자본시장이 자율과 창의라는 두 날개로 웅비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진정한 금융개혁은 금융당국의 의지만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원활하게 소통을 나눠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본시장이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받고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투자협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금융투자업계가 금융혁신을 위한 최근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에 화답하고, 불건전한 영업관행에 대한 업계의 쇄신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자본시장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 기획됐다.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체 대표이사, 준법감시인, CRO(리스크관리책임자) 등 500여명 이상의 업계 임직원이 행사에 참여해 고객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원칙과 준법경영 등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