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빚을 내서라도 추경예산을 편성해 서민경제를 살리는데 쏟아야 할 때입니다. 현재 5000억원 규모의 긴급 추경예산 편성을 검토 중이며, 필요한 재원 중 일부는 단기차입을 통해 조달해 나갈 것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민선 6기 1주년 기자회견을 열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장기 침체국면으로 접어든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5000억여 원의 추경을 편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는 민생입니다, 경제입니다”
1. 메르스 위기 극복에 함께 하고 계신 시민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민선6기의 출범을 서울시민들과 함께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흘렀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비극 속에서 시민의 안전을 제일의 화두로 내세우며 출범했던 민선6기였습니다.
저는 시민과 함께 한 민선6기 취임사에서 “시민이 생명과 생활에 대한 걱정 없이 꿈과 희망을 키우도록 돕는 일, 이것이 서울시가 존재하고,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여 후, 우리는 메르스라는 미증유의 질병과 맞닥뜨렸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메르스 사태가 불러온 불안과 민생고 속에서 민선6기 1년을 맞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시민의 생명과 시민의 삶을 안전하게 지키고 보호하는 길이야말로 서울시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서울시정 제일의 가치, 최고의 원칙, 최상의 기준임을 상기하고, 다짐해봅니다.
메르스가 발병한지 42일이 지났습니다.
지난 42일 서울시는 그야말로 준전시상태로 메르스에 대응하며 메르스와 싸워왔습니다. 정부와 자치구, 의료계와 함께 총력대응을 펼쳐왔습니다. 그 결과 메르스는 지금 잦아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메르스가 완전히 퇴치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해서 철저히 관리하고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메르스 사태로 많은 시민들이 고통을 받으셨습니다.
희생과 고통을 치르신 확진자, 접촉자 그리고 가족분들 모두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빠른 치유를 기원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분들, 메르스 최전선에서 메르스와 싸워 오신 병원 의료진, 보건소 직원, 환자를 이송해주시는 소방대원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희생정신으로 일하고 있는 여러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시민의 영웅입니다. 아울러 메르스 방역대책본부 상황실에서 밤을 지새우며 묵묵히 일하고 있는 서울시 직원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을 우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보건의료분야와 감염병 방역체계의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합니다. 서울시에서는 서울시 차원에서의 과감한 공공의료 혁신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추후 종합대책이 마련되는 대로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2. 모든 정책 수단과 예산을 쏟아 부어 민생회복에 앞장서겠습니다
메르스는 시민의 삶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우리 앞에는 또 다른 메르스가 우리의 길을 가로 막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위협하고 있는 심각한 민생위기야말로 제2의 메르스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메르스가 초래한 관광업의 위기, 중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초토화, 의료기관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이미 그 이전에도 우리사회를 엄습하고 있던 광범한 청년실업, 숨조여오는 가계부채, 멈춰버린 성장률의 정체와 꺼져버린 성장동력 – 이것이 제2의 메르스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시민의 삶을 지키는 것은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 못지않은 중차대한 과제입니다. 이제 서울시는 메르스로 인해 상처 받은 민심을 치유하고, 꺼져가는 민생을 살리고, 무너진 경제를 살리는 데 시정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습니다.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아낌없는 선제대응, 적극대응, 총력대응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향후 서울시정은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입니다.
저는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때를 놓치면, 어떠한 처방을 내놓더라도 백약이 무효입니다. 적시에 적재적소의 대책을 신속하게 실천해야 합니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제 서울시는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일에 서울시의 모든 정책과 조직, 예산을 아낌없이 쏟아 부을 것입니다. 서울시가 앞장서서 민생회복에 모든 것을 걸 것입니다. 메르스도 잡고, 제2의 메르스도 동시에 잡겠습니다.
일단 메르스로 인한 피해의 회복, 손실의 보상, 경기의 복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단연 병원, 약국 등 의료기관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병‧의원에 대한 보상과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며 정부에서 정책방향과 적절한 대책을 조속히 확정해 주실 것도 건의 드립니다.
상권의 피해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메르스 환자가 거쳐간 강동구의 한 병원에 가보니 상가건물 전체가 완전히 침체되어 있었습니다. 근본적으로 소비가 살아나야 하겠지만, 상권을 살리기 위해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최대한 추진할 것입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가장 고통 받는 분들은 바로 서민들입니다. 서민들이 받는 고통에 대해서는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서울시는 서민들의 생활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선제적으로, 최대치로,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입니다.
일자리 창출은 메르스 이전부터 이미 서울시정의 최우선과제로 추진 중에 있습니다. 곧 일자리대장정도 시작할 것입니다. 일자리대장정이 시작되면, 좋은 일자리 창출의 기반이 되는 경제, 산업, 관광, 문화, 도시재생, 민간투자, 사회적경제 등 시정 전반으로 이를 확대해 민간일자리 창출의 구조적 해결에도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3. ‘관광객 2천만 서울’의 목표를 향해 뛰겠습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메르스로 인해 발길을 돌린 외국관광객을 다시 서울로 오게 하는 것입니다.
6월 말 현재 메르스로 인해 방한을 취소한 외국관광객이 14만여명에 달하고, 그에 따른 관광수입 손실분도 12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회의하기 좋은 도시 3년 연속 1위, 관광분야 3년 연속 컨벤션 5대도시, 글로벌 마이스도시 세계 4위의 영예를 자랑하던 서울이었습니다.
서울시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관광여행업계, 숙박업계, 요식업계, 쇼핑업계 등 관광인프라 업계 모두와 함께 손잡고 외국관광객을 다시 서울로 끌어들이는데 온 힘을 쏟을 것입니다. 글로벌 관광비즈니스 도시 서울특별시의 명성을 되찾아올 것입니다. 더 나아가 관광서비스 산업이 서울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관광객 2천만 서울’의 목표를 향해 쉬지 않고 뛸 것입니다. 관광객 2천만이 되면 연간 42만명의 신규 고용효과와 22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바야흐로 서울의 황금알이 될 것입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번 여름 휴가와 추석 특수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이미 중국과 홍콩,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매체 광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100억원대 자금을 해외광고에 집중 투입하고, 주요 해외사장에 대한 홍보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펼쳐나갈 것입니다. 동남아와 중국의 도시로 제가 직접 가서 현지 프로모션과 특별 이벤트를 개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영향력 있는 해외 유명미디어를 대상으로 서울 팸투어를 추진하는 등 서울 관광마케팅도 크게 늘려 갈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서울의 관광산업이 다시 옛 명성을 되찾고, 경제를 살리는 황금알로 거듭나는 관광객 2천만 도시 서울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제가 관광가이드로 나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4. 빚을 내서라도 추경을 편성해 경기활성화에 전념하겠습니다
민생과 경제, 관광산업을 살리는 길, 경기활성화에 서울시는 모든 것을 걸 것입니다. 이미 지난 6월 10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 2천억원이 긴급 투입되었고, 현재 약 5500건, 1582억원 규모의 상담이 이루어지면서 재빠른 지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강도 높은 경제활성화를 이끌어내는데 역부족입니다.
그리하여 서울시는 비록 재정여건은 어려운 현실이지만 빚을 내서라도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데 앞장서고자 합니다. 제가 취임한 이후 서울시는 허리띠를 졸라매가며 7조5천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갚았습니다. 많이 아끼고 절약했습니다. 이제는 시민의 삶을 위해서, 민생회복을 위해서 재정을 풀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빚을 내서라도 반드시 추경예산을 편성해 서민경제를 살리는데 쏟아야 할 때입니다. 현재 5천억원 규모의 긴급 추경예산 편성을 검토하고 있고, 필요한 재원 중 일부는 단기차입을 통해서라도 조달해 나갈 것입니다. 추경은 서울의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소중한 종잣돈이 될 것입니다.
5. 시민과 함께 현장에서 답을 찾겠습니다
1년여 전 저는 세월호 참사의 상처를 시민과 함께 치유하기 위해, 세월호 이후 새로운 서울을 시민과 함께 열어가기 위해 시민의 삶 속으로, 현장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운동화를 신고, 배낭을 멘 채 시민의 삶 속에서 민생의 길, 미래의 길을 찾았습니다. 그로부터 1년을 맞는 지금, 저는 메르스 이후 새로운 서울의 재건을 위해 다시 현장으로, 시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자 합니다.
지난 6월 25일부터 4일간 저는 시민들 삶의 현장으로 나갔습니다.
폐허에 다름 아닌 폐쇄된 병원과 다시 문 연 병원, 긴 줄을 선 신용보증사무실, 휑해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인적이 끊어진 명동과 인사동거리 등을 돌았습니다.
시민과 함께 현장에서 보낸 지난 4일 저는 시민들 속에서 많은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메르스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답은 바로 시민들이 갖고 계셨습니다.
병원과 의료원 등에 손실이 심각하니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발길이 끊긴 건물과 입주상가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 건물 앞 광장에 공연과 음악회를 열어야 한다,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는 점심시간대 주차단속이 없어야 한다,
서울광장에 상설무대를 설치하여 매일 밤 공연을 열어 시민과 관광객의 명소가 되게 하자,
일본으로 가는 중국관광객의 발걸음을 돌리게 해 달라,
그래서 시장이 직접 중국도시들을 돌며 관광마케팅을 해 달라,
가장 이율이 낮은 서울시의 자금을 더 확대해 달라…
이 소중한 요청과 제안은 모두 우리 서울시의 정책이 되었습니다. 이 말씀들은 모두 우리가 현재 서울시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찾고자 하는 답은 결코 먼 곳에, 높은 곳에 있지 않습니다.
가장 낮은 곳, 가장 힘든 곳, 가장 어려운 곳에 우리의 답이 있습니다.
그곳에 시민이 있고, 삶이 있고, 민생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곳이 결국은 가장 높고, 가장 위대한 곳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곳에서 민생을 살리고, 성장의 모티브를 찾고, 일자리를 찾겠습니다. 그리하여 내일도 모레도 저는 늘 현장에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3년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민의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시민과 함께 미래로 나아갈 것입니다. 가장 기본인 시민의 생명과 삶을 안전하게 지켜나가면서 시민의 행복을 하나 둘 늘려나가는 것, 이것이 저는 제가 내세웠던 “시민이 시장”이라는 가치를 실현해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서울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좌고우면하지 않겠습니다. 시민의 삶을 안전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면 어떠한 가시밭길이라도 주저하지 않고 걸어갈 것입니다. 시민과 함께 꿈꾸고, 함께 만들고, 함께 누리는 서울시정은 계속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