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자리수 시청률이 익숙한 드라마
뭐하나 내세울 것 없는 드라마는 예능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다. 황금 시간대라 불렸던 월~목요일 오후 10시 드라마는 동시간대 1위를 해도 단자리 수 시청률인 경우가 부지기수. 그래서 시청률 10%만 돌파해도 요란스럽게 보도자료를 보내오는데 그마저도 면밀히 따져보면, 1시간 평균 시청률이 아니라 순간 시청률이라든지 전국 기준이 아니라 수도권 기준이라든지 하며 제 입맛에 맞는 숫자를 고른 것이다.
◆ ‘프로듀사’, 정말 성공한 거 맞나요?
한데 ‘그들만의 리그’를 담은 첫 방송을 본 대중은 아리송했고, 그런 시청자를 본 KBS는 당황했다. “예능국의 치열한 일상을 담겠다”던 호기로움은 없어지고 시청자 구미 맞추기에 급급해 ‘방송국에서 사랑하는 드라마’로 전락하고 말았다. KBS에 본적을 둔 PD는 “소 잡는 칼로 무를 썰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회에서 최고시청률 17.7%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보도자료를 뿌려댔지만 제작진도, 시청자도 기대 이하의 성적임을 분명 알고 있다.
◆ 아! 옛날이여…몰락한 토크쇼.
귀여움으로 무장한 갓난쟁이 아이들과 현란한 칼질을 자랑하는 셰프의 홍수 속에서 토크쇼는 설 자리를 잃었다. 2014 SBS 연예대상에 빛나는 이경규가 진행하는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시즌3만 치더라도 9년째 목요일 밤을 지켜온 KBS2 ‘해피투게더3’, 한때는 토요일 심야 예능이라는 블루 오션을 개척해 부동의 1위였던 MBC ‘세바퀴’가 시나브로 시청률이 떨어지더니, 어느새 3~4%대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토크쇼는 게스트 빨’이라는 흥행 공식도 이제 옛말이다. 제작진은 톱스타 게스트로 프로그램에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죽어가는 프로그램을 살리지는 못했다. 단적인 예가 빅뱅이 출연한 ‘해피투게더3’인데, ‘빅뱅, 7년 만에 KBS 예능 출연’이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4.6%로 당시 2015년 최저 시청률을 찍으며 고꾸라졌다.
◆ 간판 예능까지 위태로운, SBS
SBS는 분명 예능에 공을 많이 들였다. 공익 예능이라며 호평받았던 ‘심장이 뛴다’와 ‘즐거운가’를 빼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음은 물론, 주말드라마 두 개 중 하나를 폐지하고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했을 정도니까.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아빠를 부탁해’ ‘썸남썸녀’ ‘불타는 청춘’의 성과는 기대 이하임이 분명하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호평과 화제를 낳았던 이 프로그램들은 정규 편성된 지 한참이 됐지만 파일럿 당시 기록했던 최고 시청률을 아직 갱신하지 못하고 있다.
간판 예능의 명성도 예전만 못하다. 금요일 심야 시간의 제왕 ‘정글의 법칙’은 KBS2가 김수현, 공효진에 아이유까지 투입한 금토드라마 ‘프로듀사’를 내놓으면서 왕관을 내려놔야 했다. ‘런닝맨’ 또한 중국에서의 성공으로 겨우 체면치레를 하고 있는 중이다. 멤버 교체로 강력해진 KBS2 ‘해피선데이-1박2일’과 MBC ‘일밤-진짜사나이’에 밀려 동시간대 시청률 3위를 차지하는 것이 더는 놀랄 일이 아니게 됐다.
◆ 그럼에도 웃는다, MBC
단연 MBC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무한도전’ ‘나 혼자 산다’ ‘일밤-진짜 사나이’ 등 잠시 주춤했던 기존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성공한 것은 물론이고, ‘마이 리틀 텔레비전’ ‘일밤-복면가왕’ 등 새로운 콘셉트의 예능을 단박에 히트시켰다.
특히,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성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Mnet ‘슈퍼스타K’을 벤치마킹한 지상파 3사 오디션 프로그램, tvN ‘꽃보다 할배’에 할배 대신 할매를 투입한 KBS ‘마마도’, JTBC ‘비정상회담’을 모티브로 한 ‘헬로 이방인’ 등 케이블, 종합편성 채널 뒤꽁무니를 쫓기 바빴던 지상파가 오랜만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놨다는 것이 그 첫째다.
둘째는 콧대 높았던 지상파가 상대적 약자였던 케이블, 종편보다 먼저 유투브, 아프리카TV 등 1인 미디어 시대 도래를 인정하고, 브로드 캐스트(Broadcast)이 아닌, 내로우 캐스트(narrowcast)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일밤-복면가왕’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나는 가수다’의 영광을 KBS2 ‘불후의 명곡’에게 빼앗겼지만 안주하지 않고, ‘실력파 가수의 경연’이라는 기존 콘셉트에 새 옷을 입혀 옛 영광을 다시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