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당정 파트너로서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근본적인 불신을 드러냄에 따라, 유 대표의 거취 문제 또한 ‘사퇴’를 전제로 금명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역시 유 원내대표가 조속히 거취를 표명하지 않을 경우, 계파 갈등으로 격랑에 휘말릴 수 있다는 여론이어서 ‘자진 사퇴론’에 힘을 실린다.
◆ 청와대, 유 원내대표와 함께 할 수 없다
28일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유 원내대표가 취임한 뒤로 보여준 행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을 뒷받침하는 정치가 아니라 자기를 위한 정치”로 판단, 더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유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증세 없는 복지론의 수정을 요구하면서 당이 국정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했고, 2월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선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과 정반대의 시각을 제시,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신뢰하지 못하는 ‘첫 계기’가 됐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어 유 원내대표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도입 공론화를 주장하면서 정부 외교·안보 정책도 비판하는 등 청와대와 잇따라 엇박자를 냈다.
그러던 차에 공무원연금개혁 협상에서 보인 유 원내대표의 태도는 박 대통령에게 “유 원내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고 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시'에 이어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합의했고, 1호 개혁과제인 공무원연금 개혁안마저 박 대통령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처리하면서 대통령의 임계점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국민연금 연계에 대한 청와대의 ‘월권’ 비판과 조윤선 정무수석 사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음에도 유 원내대표가 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한 것은 박 대통령 마음이 떠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여기다 지난달 28일 국회법 개정안 처리 상황을 놓고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진실공방을 벌이는 듯한 행동을 취하자, “유 원내대표가 진실을 가리고 거짓말을 한다는 인식을 박 대통령에게 심어 준 것 같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결국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자신이 직접 작성한 발언록을 읽어 내려가면서 “자기의 정치 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정치를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은 온전히 유 원내대표를 겨냥한 단호한 비판이었고, 이 같은 인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입을 모은다.
더구나 오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일자리창출 등 주요 입법과제 추진 과정에서 야당이 법인세 인상 등 여러 연계 전략을 들고 나올 경우 증세론 소신을 가진 유 원내대표가 대통령 뜻을 무시할 것이라는 청와대의 우려 또한 ‘유승민 사퇴론’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이런 판단에 따라 새누리당 내 친박계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에 대한 자진사퇴의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서청원, 이정현, 김을동 최고위원에 이어 비박계인 이인제 김태호 최고위원마저 ‘유승민 자진사퇴’ 여론에 동조했다.
◆ 유승민 원내대표 '마이웨이' 걷나
유 원내대표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태다. 자신의 거듭된 사과에도 박 대통령의 강경 입장을 전해들은 이상 ‘자진사퇴’를 전제로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 사이 친박계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해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밝힌 만큼, 금명간 직접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더구나 29일은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 회의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예정돼 있어, 이날 중으로 유 원내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표명하지 않을 경우 다시 한 번 박 대통령의 ‘사퇴’ 압박 발언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 또한 친박계 최고위원들을 중심으로 당무 거부나 집단사퇴 등으로 유 원내대표를 압박할 경우, 당은 걷잡을 수 없는 격랑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앞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론을 일축한 김무성 대표가 어떤 입장을 취할 지도 관심사다. 김 대표는 이날 ‘연평해전 13주기’ 행사 참석 등을 이유로 여의도를 떠나 있을 예정이어서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간 중재에 적극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때문에 결국 유 원내대표 스스로 ‘결자해지’ 해야만, 멀어진 당청관계와 당내 분란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여전히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지 않고 경기침체에 따른 서민 불만이 큰 만큼 계속 당청, 당내 갈등이 지속될 경우 그 역풍은 고스란히 원내 수장인 유 대표가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것도 그의 사퇴를 압박하는 또 다른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