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유승민과 더는 함께 못해” 강경입장…劉 마이웨이 걷나

2015-06-29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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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주진·석유선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거듭 사과했지만, 둘의 관계는 이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당정 파트너로서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근본적인 불신을 드러냄에 따라, 유 대표의 거취 문제 또한 ‘사퇴’를 전제로 금명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역시 유 원내대표가 조속히 거취를 표명하지 않을 경우, 계파 갈등으로 격랑에 휘말릴 수 있다는 여론이어서 ‘자진 사퇴론’에 힘을 실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거듭 사과했지만, 둘의 관계는 이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사진제공=청와대]


◆ 청와대, 유 원내대표와 함께 할 수 없다

28일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유 원내대표가 취임한 뒤로 보여준 행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을 뒷받침하는 정치가 아니라 자기를 위한 정치”로 판단, 더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새누리당 당헌 8조(당과 대통령의 관계)에 따르면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대통령과 함께 책임을 진다’라고 돼있지만, 박 대통령은 “유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의 과제를 실험하듯 자기 정치를 했고, 대통령은 ‘유 원내대표와 국정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앞서 유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증세 없는 복지론의 수정을 요구하면서 당이 국정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했고, 2월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선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과 정반대의 시각을 제시,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신뢰하지 못하는 ‘첫 계기’가 됐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어 유 원내대표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도입 공론화를 주장하면서 정부 외교·안보 정책도 비판하는 등 청와대와 잇따라 엇박자를 냈다.

그러던 차에 공무원연금개혁 협상에서 보인 유 원내대표의 태도는 박 대통령에게 “유 원내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고 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시'에 이어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합의했고, 1호 개혁과제인 공무원연금 개혁안마저 박 대통령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처리하면서 대통령의 임계점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국민연금 연계에 대한 청와대의 ‘월권’ 비판과 조윤선 정무수석 사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음에도 유 원내대표가 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한 것은 박 대통령 마음이 떠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여기다 지난달 28일 국회법 개정안 처리 상황을 놓고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진실공방을 벌이는 듯한 행동을 취하자, “유 원내대표가 진실을 가리고 거짓말을 한다는 인식을 박 대통령에게 심어 준 것 같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결국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자신이 직접 작성한 발언록을 읽어 내려가면서 “자기의 정치 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정치를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은 온전히 유 원내대표를 겨냥한 단호한 비판이었고, 이 같은 인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입을 모은다.

더구나 오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일자리창출 등 주요 입법과제 추진 과정에서 야당이 법인세 인상 등 여러 연계 전략을 들고 나올 경우 증세론 소신을 가진 유 원내대표가 대통령 뜻을 무시할 것이라는 청와대의 우려 또한 ‘유승민 사퇴론’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이런 판단에 따라 새누리당 내 친박계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에 대한 자진사퇴의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서청원, 이정현, 김을동 최고위원에 이어 비박계인 이인제 김태호 최고위원마저 ‘유승민 자진사퇴’ 여론에 동조했다.
 

29일은 박근헤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 회의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예정돼 있어, 이날 중으로 유승민 원내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표명하지 않을 경우 다시 한 번 박 대통령의 ‘사퇴’ 압박 발언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 유승민 원내대표 '마이웨이' 걷나

유 원내대표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태다. 자신의 거듭된 사과에도 박 대통령의 강경 입장을 전해들은 이상 ‘자진사퇴’를 전제로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 사이 친박계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해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밝힌 만큼, 금명간 직접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더구나 29일은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 회의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예정돼 있어, 이날 중으로 유 원내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표명하지 않을 경우 다시 한 번 박 대통령의 ‘사퇴’ 압박 발언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 또한 친박계 최고위원들을 중심으로 당무 거부나 집단사퇴 등으로 유 원내대표를 압박할 경우, 당은 걷잡을 수 없는 격랑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앞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론을 일축한 김무성 대표가 어떤 입장을 취할 지도 관심사다. 김 대표는 이날 ‘연평해전 13주기’ 행사 참석 등을 이유로 여의도를 떠나 있을 예정이어서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간 중재에 적극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때문에 결국 유 원내대표 스스로 ‘결자해지’ 해야만, 멀어진 당청관계와 당내 분란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여전히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지 않고 경기침체에 따른 서민 불만이 큰 만큼 계속 당청, 당내 갈등이 지속될 경우 그 역풍은 고스란히 원내 수장인 유 대표가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것도 그의 사퇴를 압박하는 또 다른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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