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쇄신의 기운, “지난 1년은 역동적이고 생산적인 의회”

▲본분과 역할에 충실
“여기 저기 눈치 볼 곳이 많은 행정(인)은 소신껏 일을 할 수가 없다. 의회가 역할을 대신해야 하는 이유다.”
김 의장은 1년 전 의장 취임 일성으로 "의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합리적인 방향으로 의회를 꾸려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취임 일성치고는 지극히 교과서적면서 한편으론 의례적인 수사(修辭)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면서 ‘역동성(열정)’과 ‘신뢰’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주변 일각에서는 이번 제10대 전북도의회가 과거 의회와는 여러모로 달라졌다는 얘기들을 하고 있다. 마치 오래된 물건을 보관하는 ‘문갑(文匣)’처럼 꽉 닫혀 있던 의회에 ‘변화’와 ‘쇄신’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열정(역동성)이다.
의정 활동을 성실히 수행했느냐 여부를 판단할 때 통상 출석률과 조례 제·개정 건수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외형 상 의원들에 대한 평가를 쉽게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김 의장은 “10대 도의회 의원들의 본회의 출석률이 98%에 달하고, 의원발의 조례 제·개정 건수는 앞전(9대) 의회보다 5배가량 많다.”며 의원들의 공을 높이 샀다. 단순히 건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내용적인 완성도 면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높았다고 했다.
“본분과 역할에 충실하고 열심히 노력해 준 동료 의원들에 감사드린다.”는 말도 덧붙였다. 조례 제·개정 빈도가 높다는 것은 탁상 식 의정이 아닌 현장 중심의 살아 있는 의정활동의 징표로도 볼 수 있다.
◇‘생동감 있는 의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초심(初心)’으로

▲불우한 이웃과의 따뜻한 나눔
김 의장은 동료 의원들에게 연구모임을 활성화해서 자질을 높이고, 특정 주제와 관련한 토론회와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주문했다. 역시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초선의원 중심의 의회운영을 펼쳐 나가겠다.”는 그의 생각은 10대 전북도의원 가운데 유독 초선의원(38명 중 24명)이 많은 탓이기도 하지만, ‘생동감 있는 의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초심(初心)’을 강조한 속뜻도 담겨 있지 않을까 싶다.
그는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유독 구시대의 유물과도 같은 ‘지방자치법’의 폐해에 대해서만은 감정의 날을 예리하게 세웠다. 해묵을 대로 해묵은 과제이지만 누더기와 같은 지방자치법은 여전히 예전 그대로 요지부동이다. 김 의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러다보니 지방자치는 아직도 ‘유아의 옷’을 그대로 입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시대가 광속처럼 변하고 있어도 여전히 중앙은 지방 위에 군림하길 원하고, 최상위 입법권자인 국회의원들 역시 잠재적 경쟁자인 지방의원들의 운신의 폭을 옥조이기 위해서는 ‘그대로’가 좋은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지방의회가 출범한 지 24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반쪽짜리 지방의회’이라는 오명의 꼬리표가 두고두고 따라다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의회사무처 인사권 독립·정책보좌관제 도입 급선무

▲내고장 농산품 팔아주기
김 의장은 지방의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의회사무처 직원 인사권 독립, △정책보좌관제 도입, △중앙과 지방의 권한 배분, △의정비 현실화 등을 꼽았다.
인사권 독립이야 말로 지방자치의 꽃을 피우게 하는 단초가 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방의회 사무처직원은 집행부 수장이 임명한다. 인사에 목숨을 건 직원들은 언젠가는 집행부로 복귀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견제와 비판기능으로 도의원을 보좌하는데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
김 의장은 “의회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인 집행부 감시와 견제역할을 충분하게 할 수 있는 지원시스템 구축차원에서 인사권 독립이야 말로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해묵은 얘기 같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해결되지 않고 지방자치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는 얘기다.
유급 정책보좌관제 신설 문제도 지방의원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사안이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국회의원과는 달리 광역의원은 혼자서 도정업무 파악과 조사, 질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성 부족을 실감할 수밖에 없어 집행부를 올바로 견제·감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높은 직급의 인력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정책업무를 보좌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력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전북도의회는 10대 들어 의원들을 보좌할 전문 인력을 늘렸다. 올 들어 각 상임위별로 정책인력 1명씩을 충원했다. 예를 들면 문화와 건설, 환경과 보건, 경제와 농업 등 2가지 분야를 한 사람이 모두 알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문 인력 보강은 김 의장의 의중이 십분 반영된 것으로 소기의 성과는 거뒀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전담 고문변호사도 보강해 전문성을 더욱 업그레이드 시켰다. 실제 전문 인력 보강 이후 의회가 소리 없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김 의장은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중앙과 지방 사무·예산 권한 균등 배분·의정비 현실화 필요

▲무늬만 풀뿌리는 안 돼
중앙과 지방의 균형 있는 권한 배분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직도 중앙과 지방의 사무·예산 권한 비율이 8대2에 머물러 있다. 무늬만 풀뿌리 민주주의인 셈이다. 그는 특히 심각하게 왜곡된 재정 문제를 꼬집었다. 현재와 같은 재정 배분 구도 하에서는 지방에서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지방이 ‘중앙의 시녀’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중앙과 지방 권한 배문 문제는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무늬만 풀뿌리인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기에는 현실의 장벽이 너무 높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이 요원할 따름이다.
의정비 현실화(인상) 문제는 꽤 민감한 부분에 속한다.
심심찮게 제기되는 의정비 인상 논란과 관련, "지방의원들은 정무직 공무원이라 겸업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전적으로 의정비에 의존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의정비는 정부가 발표한 1인당 국민소득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등 유급제 도입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공무원 6급 15호봉 수준인 지방의원의 의정비를 해당 자치단체장의 50%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본다.”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본연 역할에 충실…직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 않겠다"

▲KTX서대전 경유안 반대
그에게 의장으로서의 소임을 묻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직위를 결코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고 싶지 않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정치적 입지는 훗날 기회가 되면 그때 판단할 일이고, 기회가 돌아오지 않으면 비우면 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담백하고 우직한 뚝심의 성격 탓인지 그는 의장으로 재직하는 지난 1년 동안 늘 현장과 가까이 하면서 행동으로 정면 승부를 걸었다.
호남선KTX 개통을 앞두고 서대전역 경유 논란이 한창일 때 정치적 수사나 단순한 구호가 아닌, 말보다 몸이 먼저 나갔다. 논산역 신설 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얄팍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편법과 술수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가장 최근에는 전북도교육청 누리과정 예산 편성 중단에 따른 보육대란 위기 과정에서 교육감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설득하고, 도청과 교육청과의 갈등이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되는 시점에서도 양자 간 중재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누리과정 예산 기자회견
김 의장은 “누리과정 예산문제는 중앙에서 돈을 안줘서 생긴 일인데도 내부에서 자중지란이 일어났다”며 “중앙정부와 싸우기 위해서는 내부 분란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원칙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정치행위를 통해 해소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잘 매듭된 게 다행이라는 그는 그러나 과정이 왜곡되고, 뒷맛이 개운치는 않게 마무리 된 점에 대해 못내 섭섭한 손내를 내비쳤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나 해야 할까. 김 의장이 “지난 1년은 역동적이고 생산적인 의회였다.”고 나름의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예전보다 진일보한 도의회라는 주변 평가에도 불구, 최근 일부 동료 의원이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한 마디로 “면목이 없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실추된 의회의 위상과 신뢰를 회복하려면 우선 의장인 자신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달라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