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진·이혜림·이정하 기자 = 국내 5대 증권사들은 하반기 국내 증시가 지속적인 글로벌 유동성과 기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완만한 강세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그리스 사태 악화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단기적인 조정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미국 금리의 초기 충격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은 옥석 가리기에 나서고, 이때 신흥시장 내 한국은 회복된 내수 경기를 기반으로 한 안전지대로 주목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이 코스피 고점을 2300으로 가장 높게 잡았다. 이상화 현대증권 센터장은 4분기 중 2280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병국 대우증권 센터장은 코스피 밴드를 1850~2200으로 제시해 가장 보수적인 전망을 내놨다.
센터장들은 하반기 정부의 추가부양책과 선진국 경기회복에 따른 시장 유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정부는 15조원 이상의 추경을 편성해 경기 부양에 나서기로 했다. 추경은 투자심리를 회복시켜 시장 상승을 이끄는 역할을 해왔다. 또 일본, 유럽 등의 환율 가치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원화 강세를 막기 위한 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화 센터장은 "시장친화적 통화정책으로 변경하려는 미국의 움직임과 국내 추경편성 가능성 등이 하반기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재 센터장 역시 "정부가 추경, 규제완화 등의 추가 부양정책을 펼치면서 강세장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안정으로 인한 기업 수익성 개선도 하반기 호재로 꼽힌다.
이창목 NH투자증권 센터장과 안병국 센터장, 이상화 센터장은 저유가로 인해 수출 기업의 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와이즈에프앤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비 올해 3분기 상장사들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2%, 7.2% 성장할 전망이다.
최근 실시한 주식 가격제한폭 확대가 증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가 변동성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이 커진만큼 증권사 애널리스트 커버 종목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금리를 인상할 의지가 확고한만큼, 시장 충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상 시기는 9월로 예상되고 있으며, 11월께 한번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결국 하반기 초 단기 충격이 전해져 1850선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충분한다. 금리가 인상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대대적인 양적완화로 신흥시장에 투자된 달러 자금이 회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밖에 증시 악재로는 △원화 강세 △메르스 사태 △그리스 부채 협상 등이 꼽혔다. 안병국 센터장은 "미국 금리가 인상하기 전 지수에 선반영되므로, 금리 인상 시기와 맞물려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그리스 사태의 경우, 막판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가 커졌던 만큼 실망감에 의한 증시 조정폭은 더 깊어질 수도 있다.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높아지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기피심리가 확대되면 유럽계 자금 이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한편 센터장들은 하반기 증시 활성화를 위해 해결 할 현안으로 △내수부양 강화 △장기 투자형 상품 관련 세제개편 △기업 배당확대 등을 꼽았다.
안병국 센터장은 "국내 증시의 상대적 약세를 이끄는 주된 요인인 원화 강세 흐름을 반전시켜야 한다"며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뿐만 아니라 정부의 환율시장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