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야 정치권에 이례적으로 맹공을 퍼부은 것은 한치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마이웨이식’ 국정드라이브를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뻔히 예상되는 정국 후폭풍에도 불구하고 거부권 행사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정부 정책에 간섭해 국가 위기를 자초하는” 입법부의 월권 행위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특히 이례적으로 새누리당에 대한 강한 불만을 서슴없이 드러냈다. 당청관계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여당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국회의 '민생법안 지연 및 당리당략에만 치우친 연계법안 처리 행태'를 지적하면서 “여당 원내사령탑이 정부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간다”며 유독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만을 겨냥, 직격탄을 날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이번에 위헌 논란이 다분한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을 보고 새누리당이 '집권'만 하려 하지 '여당'이기는 포기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과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사실상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 2월초 취임한 직후부터 증세·복지 논쟁,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공론화 문제 등에 사사건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워오면서 국회법 개정안까지 주도한 유 원내대표와는 더 이상 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과거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선거 지원을 언급, “(선거 후보들이) 국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맹세에 가까운 선언을 했는데 신뢰를 보내준 국민에게 그 정치적 신의는 지켜지지 않았고, 저도 결국 그렇게 당선의 기회를 달라고 당과 후보를 지원하고 다녔지만 돌아온 것은 정치적·도덕적 공허함만이 남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선거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당이 여당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경우 탈당까지도 불사하겠다는 ‘배수진’을 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당장 이날 국무회의 이후 ‘해외건설 50주년 및 7천억불 수주 달성 기념식‘’에 참석하고, 청와대에서 제1차 핵심개혁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는 등 경제활성화 및 국정과제를 챙기며 ‘마이웨이’ 국정 행보에 나섰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국민과 약속한 박근혜정부의 핵심과제들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정치권과 국민에게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지지율을 반등시키며, 국정동력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승부수가 아니라 무리수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나온다.
당장 박 대통령의 대(對) 국회 선전포고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서 6월국회에서의 경제활성화법안 처리는 요원한 처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