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국책연구기관이 국영으로 운영되는 복권 기금의 사용 출처에 대한 의혹을 이례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그간 중국 관료들의 부정축재 온상으로 지적돼온 만큼 중국 정부의 반부패 칼날이 복권 분야를 겨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사회과학원(CASS)의 연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정부에 귀속된 복권 수익 1040억 위안(약 18조5700억원) 가운데 400억 위안만이 사회복지에 사용됐을 뿐 나머지 640억 위안의 사용 출처는 묘연하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고서는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기금이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복권 기금 횡령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져 온 만큼 이번에도 횡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칭다오(靑島) 복권센터 전 사무국장은 2000만 위안짜리 요트를 구매하고 추가로 4900만 위안을 횡령한 사실이 발각돼 사형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국무원 산하 심계서(審計署·감사원격)가 예고 없이 실시한 한 달 가량의 회계 감사에서는 복권 기금 사용과 관련해 광범위한 부정부패가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복권 사업 분야에 대한 중국 정부의 부패 척결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도박산업 리서치 업체인 갬블링 컴플라이언스 아시아 전문가 마틴 윌리엄스는 "매년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복권 산업과 함께 이에 따른 수익도 거대하게 팽창 중"이라면서 "이에 부패 요소들이 중력에 이끌리듯 복권사업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의 복권 사업 규모는 중국 정부의 스포츠 및 사회복지 프로젝트와 함께 크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 1987년 첫 번째 복권이 판매된 이후로 중국 국영 복권은 2조 위안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특히 지난해에만 티켓 판매 수익으로 3820억 위안을 벌어들였다.
전체 복권 판매 수익의 15%는 보험 및 행정비로 충당되며, 50%는 당첨금으로, 남은 35%는 사회복지에 쓰여진다. 이같은 규정에 의거하면 전체 복권 수익의 35%인 7000억 위안이 사회복지 분야에 사용돼야 하지만, 실제로 1987년 이후 현재까지 사회복지에 투자된 금액은 6080억 위안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