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문지훈 기자 =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의 핵심은 은산분리 규제를 당초 예상보다 파격적으로 완화하겠다는 데 있다. 하지만 관련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아울러 기존 인터넷뱅킹과 차별화된 수익 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 지 여부도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 과제로 꼽힌다.
◆ '은산분리' 대폭 완화…이번엔 국회 넘을 수 있을까
연내 출범할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사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컨소시엄 형태가 가장 유력시된다. 일단 인터넷전문은행의 업무 범위가 기존 은행과 똑같기 때문에 은행의 단독 참여는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은행의 경우) 현재 사업부 방식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같은 모양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자회사로 만드는 것은 도입 기본취지를 감안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이같은 전략으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서두르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이 포함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 제외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사회 전반적으로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한데 국회에서 개정안이 쉽게 통과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8일 논평을 통해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사금고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대기업은 이미 부채비율이 낮고 은행 차입이 거의 없는 상태"라며 "반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 아닌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부채비율이 높고 차입 의존도도 높아 오히려 이같은 기업들이 은행을 사금고화할 위험이 훨씬 높다"고 주장했다.
금융위는 다음달까지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마련,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기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시기적으로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의 연내 출범은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따라서 금융위는 우선 현행 4%인 은산분리 제도 하에서 법 개정 없이 연내 인터넷전문은행 1~2곳을 설립해 테스트 베드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7월 인가 매뉴얼을 공개하고 9월 중 예비 인가 신청을 접수한다. 이어 10~11월 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본인가를 할 예정이다. 이후 은행법 개정에 따라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된 뒤 본격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국회를 거치지 않고 연내 출범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산업자본의 참여가 미미한 반쪽짜리 모델인 셈이다.
◆인터넷뱅킹 차별화·초기 투자비용도 활성화 관건
인터넷전문은행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존 은행들이 제공하는 인터넷·스마트뱅킹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일본과 달리 인터넷이 잘 발달돼 있어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인터넷뱅킹과 차별화를 이루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서비스가 다르지 않다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정착되지 못하고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외 사례를 보면 단순히 예대마진 중심의 영업 전략을 추진한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상당수가 실패했다. 반면 모기업 및 주요 계열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지급결제 서비스 특화, 보험상품 교차 판매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생존했다.
일본의 경우 주신SBI네트은행, 다이와넥스트은행, 라쿠텐은행 등 인터넷전문은행 세 곳은 계열 증권사와의 긴밀한 연계 영업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라쿠텐은행은 모회사인 라쿠텐이 전자상거래업체인 점을 활용해 전자상거래, 해외송금, 전자화폐 등 지급결제 업무를 특화해 성장해왔다.
아울러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후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하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충분한 초기 자금력을 확보하는 것도 필수 요소로 꼽힌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기본 시스템 구축비용에는 약 3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자동화기기(ATM), 콜센터, 금융공동망 가입·유지비 등을 고려할 경우 초기 투자비용으로 600억원 이상이 필요할 전망이다.
금융보안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과제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비금융업체들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하면서 보안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적지않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