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문식·김혜란 기자 =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이 18일 진통 끝에 국무총리가 됐다. 인사청문회가 끝난 지 8일 만이자 이완구 전 총리의 사퇴 이후 52일 동안 계속된 총리 공백 사태에 마침표를 찍게 됐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대응과 경제 활성화, 부패 척결 등 당면한 핵심 과제들까지 수북이 쌓여있다. 여기다 최근 불거진 당청 갈등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을 어떻게 정리할 지도 신임 총리로서는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메르스 사태 ‘컨트롤 타워’…신임 총리 ‘시험대’
황 총리는 무엇보다 진정되지 않고 있는 메르스 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 최대 과제라 할 수 있다. 메르스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정부 대책 본부의 위상이 잇따라 격상되고 여러 대책 기구가 생겨났지만, 여전히 컨트롤 타워가 명확하지 않아 정부 기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뒤늦게 최경환 총리대행이 컨트롤 타워로 나섰지만, 메르스를 초기에 진압하지 못했고 경제 부총리로서 메르스 확산 방지에 몰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청문회 과정 속 ‘도덕성 상처’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
황 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핵심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의혹에 대해 해명할만한 자료나 근거를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병역 기피 의혹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치료 기록이나 진료 기록을 제출하라는 요구에 시간이 오래돼 자료가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특히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맡았던 사건 중 19건의 자세한 수임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병역 기피 의혹이나 전관예우 의혹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향후 국정을 이끄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박근혜정부 3기 내각의 사령탑을 맡았지만, 황 총리의 앞에는 말 그대로 가시밭길이 놓여 있다. 당장 19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부터 혹독한 신고식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최경환(60)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우여(68)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황 총리보다 나이가 많은 인물들과의 관계 설정도 주목할 부분이다.
◆당·청 갈등과 야당과의 관계 회복 '난제'
최근 청와대와 여당이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갈등 양상을 보이는 것에 대한 황 총리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지도부에 대한 반발이 표면화되면서 여권 내 권력 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이에 황 총리는 당·청 간 불협화음이 나지 않도록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관료 출신인 황 총리가 정무감각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역할을 어느 정도 해낼 수 있을지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또 청문회 과정에서 부적격 판정을 내린 야당과의 관계 회복도 필수적이다. 야당과 대립 구도가 지속될 경우 황 총리 역시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향후 국정 운영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 등 각종 현안을 추진하는데 야당의 이해와 협조가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야당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황 총리는 총리 임명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메르스 사태 해결과 당·청 갈등관계 해소, 야당과의 관계 회복 등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아 그의 정치력 역량이 새로은 검증대에 올라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