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문식 기자 = 여야는 16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소집을 놓고 협상을 이어갔으나 이견 좁히기에 실패했다. 여야는 17일 다시 만나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이날 회동에서 새누리당은 18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질문에서 황 후보자가 총리로 출석해 답변하려면 17일 본회의를 열어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후보자의 자료 제출 의무를 강화하는 것을 포함한 인사청문회법 등에서 여당의 협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17일 단독으로라도 임명동의안 본회의 표결을 강행하겠다고 밀어붙였다. 소속 의원 대기령도 내렸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도 이날 국무회의 주재 직후 황 총리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가 지연되는 것과 관련, “현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및 가뭄 등 국정현안이 산적한 상황인데 이 문제를 해결할 국무총리가 없다”며 “국회가 총리 인준을 하지 않고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 여당에 힘을 실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황 후보자와 관련,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법 규정 뒤에 숨어 최소한의 면피만 하고 보겠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는 등 청문회에 임하는 공직자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태도조차 갖추지 않았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유 원내대표의 황 총리 후보자 인준안 단독처리 강행 시사와 관련해 “여야가 함께 협상하면서 해나가야 하는데 자꾸 그렇게 으름장을 놓고 하는 건 옳지 못하다”며 “자꾸 (새누리당이) 청와대 눈치를 보는 거 같다”고 꼬집었다.
이춘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만일 정부와 여당이 메르스로 인해 민심이 어지러운 틈을 타서 얼렁뚱땅 인준을 해치우려 한다면, 황 후보자는 임기 내내 ‘메르스 총리’라는 오명을 결코 벗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17일 오전까지는 여야 간 협상을 지켜보겠다”고 했던 정의화 국회의장이 총리 공백 사태 장기화를 막기 위해 17일 오후 직권상정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된다.
이에 따라 법정 처리 시한(15일)을 넘긴 황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17일 오후 처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총리 인준안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한 사례가 없는 만큼 야당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총리 인준안 처리가 18일 오전으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여야 관계는 급속도로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다시 넘어오게 될 경우 자동폐기냐 재의결이냐를 두고도 여야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하게 되면 의결정족수를 맞춰주겠다는 정치적 약속을 했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새정치연합이 정의화 국회의장의 국회법 중재안을 받아들인 배경에는 유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에 대한 확답이 있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르면 오는 23일 국무회의에서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메르스 여파 등을 감안해 법적 시한인 30일에 임박해서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당·청은 물론 여당 내 친박(근혜)계가 원내지도부를 겨냥해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계파 갈등이 촉발되고, 여야 관계 경색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