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삼성서울병원 의사·평택 경찰에 메르스 완치자 혈장 주입

2015-06-1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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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오후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음압격리병실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중증 환자 치료를 위해 메르스 항체가 형성된 완치자의 혈액을 투여하는 방식이 시도됐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13일 정부세종청사에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어젯밤에 완치자 2명의 혈장(혈액 속의 유형성분인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을 제외한 액체 성분)을 채취해 환자 2명에게 각각 투여했다”고 밝혔다.

혈장을 투여받은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38) 환자와 평택경찰서 경사인 119번(35) 환자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 30대 남성으로, 건강한 상태에서 감염됐으나 현재 불안정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다하게 나와 생기는 부작용인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한 것으로 관측된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두 환자 모두 혈장 치료 이후 별다른 차도는 없는 상태”라며 “보통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나기 전에 혈장 치료를 시도해야 효과가 있는데 이미 발생한 후라 늦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혈장을 기증한 완치자 가운데 1명은 앞서 지난 11일 퇴원한 공군 원사다.

대책본부는 앞으로도 메르스 중증 환자 치료에 완치자의 혈장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앞 임시 격리 진료소 앞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


특정 질병을 이겨낸 완치자의 혈장을 같은 질병을 앓는 환자에 주입하는 치료 방식은 여러 질병에서 두루 쓰이는 고전적인 치료법이다.

환자가 병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몸 속에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원인 병원체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내는데 그 항체가 담긴 혈장을 추출, 다른 환자에게 주입해 동일한 세균과 바이러스를 공격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메르스와 같이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신종 감염병 치료에 종종 시도된다.

과거 1995년 콩고에서 에볼라로 245명이 사망했을 당시 생존자의 혈액을 주입받은 환자 8명 중 7명이 살아남은 기록이 있고, 지난해 미국에서도 에볼라 환자에게 생존자의 혈청을 투여해 치료한 사례가 있다.

메르스의 경우 인터페론·리바비린 등과 같은 항바이러스제 병합 투여와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로 일부 환자의 치료에 성공했지만, 이런 방법으로도 치료되지 않는 경우 혈장 치료를 대안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 참석해 ”혈장 치료는 고전적인 치료법이지만 효과가 증명된 방법은 아니다”며 “그러나 현재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 논의와 허가 절차 등을 거쳐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앞으로 메르스 상황이 진정 추세가 된다면 확진자의 사망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완치자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그중 혈장을 얻는 데 별다른 무리가 없는 (건강한) 분들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완치자가 동의하고 담당의사가 필요하다고 결정하는 경우에는 활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책본부는 혈장을 투여받은 환자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사실이 아니다”라고 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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