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새 유형 환자 5명 잇단 발생
감염경로 제대로 파악 못 해
일각 공기전파 가능성 제기
특히 '4차 감염'이 의심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메르스가 국내에 들어온 지 22일 만에 새로운 국면을 맞은 셈이다.
11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14명의 확진자가 새롭게 발생, 국내 메르스 환자는 122명으로 증가했다. 이날 대전 건양대병원에 메르스에 노출된 83번(65) 환자가 숨져 사망자는 10명으로 늘었다.
새로운 확진자 가운데 118~122번째 환자는 어떻게 감염됐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에 노출된 115번(77·여) 환자의 경우 보건당국과 병원 측이 주장하는 감염 경로가 서로 엇갈린다.
대책본부는 115번 환자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에서 외래 진료를 받던 중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밖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4차 감염' 또는 병원내 공기전파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은 115번 환자도 14번(35) 환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병원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115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정형외과 외래 진료 전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고, 검사가 끝나고 응급실 구역에 있는 화장실에 들렸다"며 "이때 14번 환자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 측 주장에 대책본부도 "정확한 감염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 동선 등을 파악하는 정밀조사를 시행 중이다"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 경로 판단이 안 된 환자가 등장했다고 해서 메르스가 공기로 전파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공기전파라면 가장 밀접한 가족 간 전파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까지 국내 비율은 5~10%로 매우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2차 감염에 의한 밀접 접촉자 가운데 3차 감염자가 생기고 이후 병원 간 전파에 의한 새로운 감염 환자가 발생하는 단계가 온다"며 "그 이후에는 사실상 지역사회 전파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보건당국이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119번(35. 남) 환자도 새로운 1차 감염자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평택경찰서 경사인 119번 환자는 지난달 26일~2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찾아온 친구와 술자리를 가진 후 발열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나 31일 평택박애병원을 찾았다. 첫 메르스 검사에서는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두 번째 검사에선 음성 판정을 받아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그러다 5일부터 나타난 폐렴 증상으로 아산 충무병원을 거쳐 9일 단국대 천안병원에 옮겨져 이곳에서 메르스 환자로 최종 판정됐다.
보건당국은 현재까지 이 환자가 새로운 1차 감염자가 아닌 평택박애병원에서 감염된 것에 무게를 싣고 있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119번 환자의 동선을 계속 파악하고 있다"며 "지난 1일 평택박애병원을 방문했을 때 메르스 확진자와 접촉해 발병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내 첫 임신부 메르스 감염자로 확진된 109번(39·여) 환자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109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에 입원 중이던 지난달 27일 자신을 돌보다 급체로 이 병원 응급실에 간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 14번 환자와 접촉했다. 현재 임신 36주째로 출산을 2~4주 앞두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109번 환자는 안정적인 상태"라며 "환자 치료뿐 아니라 안전한 분만과 출산을 할 수 있게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