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눈부신 경제 성장과 함께 대기업 집단의 등장을 맞이하게 됐고, 삶의 질도 향상되고 윤택해졌다. 그러나 다른 이면에는 소득분배의 불평등과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극복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도 숙제로 남았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요구됐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이 생겨나게 됐다.
그러나 현재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에는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라는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대다수 기업들이 여전히 주말을 활용해 사회공헌을 실시하거나, 연간 일정시간 내에서 평일 근무시간 중에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정도다.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임직원들이 의무적으로 '동원'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말 또는 업무시간 외 사회공헌은 그동안 활동의 진정성 면에서 꾸준히 지적을 받아 왔다. 임직원들이 '강제 동원'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공헌의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에는 애초부터 무리가 있었다. 또 사회복지 시설이나 단체에서도 형식적 활동에 대해 난감해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각 기업들이 사회공헌과 임직원의 봉사활동 참여를 경영활동의 당연한 요소로 여기고 평일 근무시간 내 봉사활동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당장은 이에 따른 비용 등의 부담이 따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영속하는 기업으로 유지하는 원동력이 됨을 주목해야 한다.
실례로 청정원 브랜드로 잘 알려진 대상(주)의 경우, 평일 근무시간을 활용해 봉사활동을 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대상은 2006년 사회공헌팀을 신설하고, 전 임직원이 매월 1회 3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평일 근무시간에 봉사활동을 하도록 제도화했다. 부서별 참여율을 수치화해 부서 고과에 반영함으로써, 실질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상의 사회공헌을 시간과 금액으로 환산해보면 총 8만5393명의 임직원들이 평일 근무시간 중 29만8977시간 동안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인건비로 환산하면 총 47억8000여만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2014년 한 해만 따져 봐도 총 1만3063명의 임직원들이 평일 근무시간 중 4만4222시간 동안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대상 임직원 1인당 월 평균 3.38시간, 연간으로 따지면 40.56시간 동안 근무시간을 쪼개 봉사활동에 참여해 온 것이다.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현실적으로 이러한 활동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최고경영자(CEO)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 명형섭 대상 사장은 평일 근무시간 중 봉사활동이 임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창의성과 애사심을 키우는 데 크게 영향을 미쳤다. 지역사회가 당면한 과제들을 선도적으로 해결해 지속가능한 동반 성장을 가져오는 것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명 사장의 이 같은 믿음은 최근 몇년 간 대상의 성과로도 나타났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19.6%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8.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투입되는 노동의 양보다 수준 높은 창의력이 성과를 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평일 근무시간 중 봉사 활동 실천은 경영성과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봉사의 질적 향상이다. 직원들이 평일에 봉사 활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당사자는 물론 혜택을 받는 입장에서도 봉사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둘째, 봉사활동의 정례화가 가능하다. 개인적 일정이 잦은 주말에 비해 평일에는 정해진 시간에 정기적으로 꾸준히 봉사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때문에 봉사자와 기관 사이에 친밀도를 높이고,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셋째, 임직원들의 자긍심 고취가 가능하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직원의 봉사활동을 배려하는 조직에 몸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구성원이 느끼는 충성도는 엄청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정성 있는 기업 활동이 소비자의 호감으로 이어져 기업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인식의 변화가 기업 경영에서는 거대 성과로 연결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도 이제는 '양보다 질'을 꾀할 때다. 평일 근무시간 중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기업문화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