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근원'(Origin) 연작 작업에 천착하고 있는 박은숙 (60)화백은 조화, 기원(pray), 기쁨, 시작, 환희 등의 작품 부제처럼 환한 빛이 서려있다. 푸근한 인상의 박화백은 "그림을 그리면서 서서히 마음이 치유됐고, 전시때마다 관객들의 다양한 반응에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작은 원통 모양이 두드러져 보이다가도 기하학적인 삼각형이 강조되는 듯한 모습과 캔버스 상단에 하늘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색채의 묘사로 이뤄진다. 파란색과 보라색 오렌지, 옅은 붉은빛이 어우러진 화면은 색 뿌리기 기법과 어우러져 밤하늘의 성좌를 연상시는 아우라까지 전한다.
미술평론가 윤진섭은 "일정한 기하학적 패턴에 의해 이루어진 추상화이긴 하지만 기하학적 도형들의 중첩은 산이나 바위, 혹은 숱하게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간상에 대한 회화적 유비라고 할수 있다"면서 "푸른 창공에서 반짝이는 별들과 그 아래 드넓은 초원위에 모인 인간 군상, 그리고 그것이 주는 평화의 메시지, 이것이야말로 박은숙이 보여주고 싶은 회화의 핵심일지 모른다"고 평했다.
홍익대 서양화과 출신인 작가는 '홍대 극사실화풍 3인방'으로 유명한 지석철 주태석 이석주씨와 동기다. 극사실주의가 대세였던 70년대 후반 작가도 구상작품을 그렸지만 대학때부터 관심 있던 점선면 회화의 기본인 원기둥 시리즈인 '근원'을 92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생명체를 상징하는 원기둥과 함께 광활한 우주의 풍경을 전통 오방색으로 장식한 작품은 '빛의 환희'로 가득하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빛 색상과 금빛 은빛으로 칠해진 원기둥은 '산맥 처럼'보이기도하고 '어머니 가슴처럼' 보이기도한다. 하늘을 향하고 있는 도형들은 인간은 우주속 한 부분이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오는 9일부터 서울 강남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9회 개인전을 여는 박 화백은 “하늘에서 부터 오는 사랑의 빛이 우리 마음에 하나님의 사랑을 느낌으로 해서 저마다의 마음에 사랑이 차고 기쁨을 나누는 존재들을 담아내고자 했다"며 "살아있음에 감사하자는 의미도 담겼어요. 그림을 통해서 그러한 아름다운 마음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전시는 21일까지. 02-549-3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