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시대 전북, 역사 신설·이전 논란 진행형

2015-06-0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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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역 설치 주장에 이어 김제역 이전 수면 위 부상

아주경제 최규온 기자 =호남선KTX 개통 2개월이 지났으나 전북지역은 KTX역사 신설·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9월 전북지역 법조계와 정·재계, 사회단체 인사들이 중심이 된 'KTX혁신역사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발족된 이후 이들을 중심으로 혁신역사 설립에 대한 필요성과 당위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가운데 이번에는 김제역 이전 문제가 수면 위로 다시 불거졌다.
 

▲호남선KTX[자료사진]


추진위와 김제시 등 도내 시민단체 등이 4일 오전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제역 이전을 위한 범도민 서명운동’ 참여를 독려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호소문은 “고속철 개통 이후 김제시가 교통 사각지대로 내몰려 있다”며 “전주혁신도시와 지근거리에 있는데다 전주·익산·군산·김제·완주·부안 등 전북 주요 도시를 포괄적으로 아우를 수 있고, 호남고속철이 통과하는 김제 용지면 일원으로 김제역을 이전해야 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김제시, KTX 운행 끊기고 무궁화·새마을호만 정차

호남선KTX 개통으로 가장 황당해진 지역이 김제시다. 호남선 KTX 완전 개통 전까지만 해도 김제역에는 상행선 7회, 하행선 6회 등 13회의 KTX 열차가 운행됐다. 그러나 호남선 KTX가 정식 개통되면서 졸지에 KTX 전용 선로가 끊기고 말았다.

현행 규정상 KTX역 설치조건은 300㎞/h를 기준으로 역간 거리가 42.7㎞이상이 돼야 한다. 익산 KTX역 때문에 김제는 거리 상 설치 조건에 맞지 않는다. 이에 따라 김제역은 KTX 없이 무궁화호와 새마을호만 통과한다.
 

▲김제역 전경[자료사진]


김제시는 최근 국토교통부 등에 서대전을 경유해 익산역에 정차하는 호남선을 김제~장성~광주까지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시는 호남선 KTX 중 일부가 김제역에 경유할 수 있도록 한국철도공사와 국토교통부에 지속으로 건의할 계획이라는 입장만 견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11년 8월 이건식 김제시장과 최규성 국회의원, 김제시의장, 사회단체장 등 20여명은 한국철도공사와 국토해양부를 방문해 김제역 신설·이전과 관련한 10만명 서명부를 전달하고 정부 정책에 반영해 달라고 건의했으나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김제역 이전과 관련 한 시민이 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제시의회 역시 지난해 10월 ‘호남권 KTX역사 이전 촉구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국가 백년대계인 고속철도 건설의 목적에 맞게 호남선 KTX 정차역이 전주 등 5개 시·군과 전북혁신도시, 새만금의 중심지인 김제 백구 인근에 건립될 수 있도록 10만 김제시민의 뜻을 담아 정중히 건의한다”고 밝혔다.

◇이건식 김제시장, “익산역은 익산시민만 위한 것”

김제역 이전 문제 등과 관련해 한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이건식 시장은 지난달 20일 전주MBC라디오의 한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 시장은 시사토크에서 “원래는 김제 백구 부용역이 호남선 KTX역으로 예정돼 있었다“며 “그렇게 됐다면 전주 혁신도시 등 서부권과 새만금 군산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도민들이 편리하게 열차를 이용할 수 있고, 미래지향적이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시장은 ”역을 익산으로 결정한 것은 익산시민만을 위한 것이지 전라북도 전체를 생각한 것이 아닌, 주먹구구식으로 안방에서 결정한 졸작이었다“며 ”이는 당시 책임자들의 오판에 따른 혈세 낭비의 전형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시장은 “부용은 호남선과 고속철도가 만나는 곳으로 전북 전체를 위해서는 반드시 이곳에 혁신역사를 신설해야 하고,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KTX호남선이 통과하는 김제시 백구면 부용리 일원


익산과 김제(부용) 간 거리가 가깝다는 지적에 대해 ‘건너뛰기(교차)’로 운행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면 된다며 최근 역 신설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논산역도 공주역과 20km 안팎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

논산역 신설과 관계없이 전북은 전북대로 슬기롭게 문제를 풀어 가면 된다는 입장이다. 정차 역이 몇 개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차역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논산훈련소역 신설 대두되는 지금이 적기

일부 도민들 사이에서는 KTX 논산훈련소 역 설치가 가시화되고 있는 지금이 전북지역에 호남선 KTX 역 신설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고 있다.

국토부는 호남KTX 공주역과 익산역 사이에 논산훈련소역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 4월 ‘호남고속철도 논산(훈련소)역 신설’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했다. 논산시와 충남 정치권 또한 논산역 설치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논산역은 기존 공주역과의 거리가 20.7km에 불과하다. 이는 300㎞/h를 기준으로 역 간 거리가 42.7㎞ 이상이 돼야 한다는 KTX역 설치 규정에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역 신설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공주역과 논산역 간 정차역을 조정하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역 간 정차 횟수를 조정해 공주역에서 정차할 경우 논산역은 정차 없이 통과하는 식이다.
 

▲익산역사 전경[자료사진]


실제로 전주~익산을 통과하는 전라선KTX 22편 가운데 전주는 10편, 익산은 12편이 서로 건너뛰기 식으로 나눠 정차하고 있다. 전라선 남원~구례도 마찬가지이고, 경남 창원-마산-진해도 비슷한 방식으로 교차 정차해 운행되고 있다.

같은 논리로 전북지역 호남선KTX 역시 정차역 간 거리 제한과 크게 관계없이 필요에 따라 역사 추가 설치도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논산역 신설 문제가 한창 대두되고 있는 지금 시점이 명분과 형평성 고려 측면에서 전북지역 KTX역사 추가 설치를 요구할 적기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또 내년 20대 총선에서 대전 출마를 염두에 둔 최연혜 코레일 사장의 정치적인 부분과 결부시켜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 사장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대전 서구을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한 뒤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코레일 사장에 임명됐다. 그의 임기는 내년 끝나고, 총선 출마가 유력시 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 사장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논산역 신설을 강행하고 있다는 의견이 전북 도민들 사이에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호남KTX 개통 전 저속철 논란으로 전북지역 민심을 크게 자극했던 KTX 서대전 경유 문제도 내년 총선에서 대전지역 출마를 염두에 둔 최 사장의 입지를 위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추측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 혁신역추진위 한 관계자는 “전북지역에서 구태여 논산역 신설 문제에 반대 논리로만 대응할 필요 없이 이를 기회로 삼아 우리의 실리를 취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게 현명하다”며 “논산역과 전북 혁신역을 동일한 선상에 놓고 최연혜 사장의 코레일을 압박하고 정치권 등을 상대로 의견 조율에 나선다면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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