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대기업들의 치열한 물밑 경쟁이 시작됐다.
일반 경쟁에 뛰어든 곳은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의 합작 법인인 HDC신라면세점을 비롯해 SK네트웍스, 롯데면세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신세계DF, 현대DF, 이랜드면세점 등이다.
이번 면세사업 진출 희망 업체들의 공통된 특징은 재벌가 오너 2~3세들이 직접 진두지휘한다는 점이다.
이번 면세점 진출을 위해 현대산업개발과 빅딜을 성사 시킨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실무 TF를 격려하며 "용산이 최적의 입지인 만큼 우리(호텔신라)의 면세점 운영 능력을 더해 동북아 최고의 관광상품 단지로 육성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전 그룹 차원에서 시내 면세점 유치를 적극 지원해달라"고 당부하는 한편 관세청에 제출한 용산 아이파크몰 내 면세점의 설계·인테리어 등까지 도면을 보며 직접 챙겼다고 한다.
그룹의 20년 숙원인 면세사업을 위해 그룹의 모태인 신세계 본관까지 후보지로 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면세점 운영으로 얻은 영업이익의 20%를 매년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히든카드를 제시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의 행보는 두고두고 업계에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용진 부회장의 경우, 롯데뿐 아니라 사촌동생인 이부진 사장, 5촌 형님인 정몽규 회장과도 피 말리는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됐다.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를 획득하면 2000억원을 투입해 63빌딩을 리뉴얼하고 여의도를 서울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힌 김승연 한화 회장과 중소기업과 한 건물에 매장을 운영하는 독특한 방식을 결정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결단력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에서 영업 중인 면세점은 총 6곳이다.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는 소공점과 코엑스점, 잠실점 등 3곳을 비롯해 신라면세점, 동화면세점, 워커힐면세점 등이다. 이들 면세점이 올린 지난해 올린 매출 총액은 4조3502억원이다.
이는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계산할 경우 전국 공항·항만·시내 등을 포함한 43개 국내 면세점에서 지난해 올린 전체 매출액인 8조3077억원에 52.3%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 지난해 서울을 비롯해 제주 등 전국 17개 시내면세점의 총매출액 5조3893억원의 80.7%에 달하는 금액을 서울지역 6개 면세점에서 벌어들였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의 작년 매출 총액 1조9763억원이다. 서울시내 전체 면세점 매출의 45.4%를 이 한 곳에서만 올린 셈이다. 이는 롯데백화점 본점 매출(1조7800억여원)을 앞서는 것이다.
이어 신라면세점 1조1521억원(26.5%), 롯데면세점 잠실점 4820억원(11.1%), 동화면세점 2919억원(6.7%), 워커힐 면세점 2747억원(6.3%),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1732억원(4.0%) 순이다.
이처럼 백화점 한 곳보다 몇 개 층의 면세점에서 향후 5년 동안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매력으로 인해 참여 기업들의 오너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면세점 성장의 일등공신은 당연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다. 2010년 187만명이던 유커는 1013년 일본인 관광객들을 추월했고 지난해 612만명으로 증가했다. 2017년엔 1000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서울관광 질적 내실화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서울 관광 중에 외국 관광객들이 지출한 총경비는 1인당 평균 141만1000원이다. 2007년 조사된 평균 73만8000원 보다 두 배 가량 증가했다.
국가별로 보면 대만인이 145만6000원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인(144만5000원), 일본인(139만8000원) 순으로 중화권 관광객들이 지갑을 많이 열었다. 항목별로 보면 쇼핑(54만300원), 숙박비(48만7000원), 카지노 등 오락비(31만6000원), 식음료(28만2000원) 순으로 지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