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현재 사업을 통폐합 후 조직 슬림화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가 정부의 숙제로 남았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약 5000명의 인력이 재배치돼야 한다. 기관 축소나 폐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총 87개 공공기관의 기능을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절감된 자원을 공공기관 핵심기능 강화와 창조경제, 안전 환경 구축 등 미래지향적 기능 강화에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번 기능조정안은 지난해부터 이어온 공기업 체질개선 2단계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방만 경영과 과다 부채에 대한 공기업 체질개선의 연속선상에 있는 셈이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금융·교육·공공 등 4대 구조개혁 가운데 공공부문 후속작업 성격도 띈다.
이후 정부는 공기업이 독점하거나 중복된다고 판단한 87개 사업을 민간에 내주거나 통합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민간 참여가 높아지면 투자나 자금 순환이 이뤄져 경기 회복이 빨라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산하에 있는 32개 공공기관은 인력 규모(6만명)가 크고 부채 규모도 상당한 수준이라 조직을 효율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도로·철도 등이 독점운영 돼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실제로 사회기반시설(SOC) 분야 32개 기관 예산은 87조8000억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예산의 19%를 차지하고 있다. 부채는 224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43%에 이른다. 사회기반시설이 어느 정도 확충돼 개발 수요 자체가 줄어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 기능조정에 포함된 배경이다.
농림·수산분야는 공공기관들이 단기 현안 위주로 대응하느라 농어업이 생산(1차), 가공(2차), 유통(3차)에 관광과 체험이 추가된 6차 산업으로 진화하는 데도 불구하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부분을 개선하는데 주력했다.
또 문화·예술분야는 문화상품을 개발하는 업무를 3개 공공기관이 중복해서 추진하는 등 비슷한 기능이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게 문제로 작용했다.
노형욱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공공기관이 직접 나설 필요가 없는 분야는 폐지하고 과도한 지원조직을 축소하는 작업을 통해 마련한 재원·인력을 핵심기능을 강화하는 데 투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가 산하기관 업무에 메스를 대면서 전반적인 예산 절감에 효과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관 통폐합과 사업 조정으로 영향을 받는 인원은 모두 5700명이다. 절감되거나 재배분되는 예산은 7조6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특히 코레일·LH 등이 속한 SOC 분야에서만 5300명의 업무가 민간으로 넘어간다. 이에 따라 정부는 LH의 신도시 택지개발 관련 업무를 하던 약 800명을 주거복지·도시재생 분야에 재배치하는 등 새로 늘어나는 업무에 조정 대상 인력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인력을 재배치하는 부분과 기관 이기주의가 만연한 상태에서 확실한 안전장치가 없다면 얼마 못가 다시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공공기관들 사이에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기능이 생겨나는 것은 조직 이기주의 때문”이라며 “기능조정을 해도 몇 년 시간이 지나면 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어 “공공기관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다른 기관과 중복되는 기능인지 미리 점검하는 장치를 만들어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민간에 개방하는 분야에서 가격이 오르지 않도록 경쟁체제를 잘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