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 철강업계 가장 큰 타격… 유화>기계>음식료>자동차 순

2015-05-2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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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조사… 원엔환율 감내가능한 수준 넘어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엔저에 따른 일본기업의 공세로 우리기업들이 밀리고 있는 양상이다. ‘철강, 석유화학, 기계, 음식료, 자동차․부품, 조선업종의 기업들은 원엔환율이 이미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최근 일본에 수출중이거나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수출기업 300여개사를 대상으로 ‘엔저에 따른 수출경쟁력 전망과 대응과제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엔저로 인해 수출에 피해를 입었는가’라는 질문에, 기업들 절반이상(55.7%)이 ‘수출에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큰 피해’라는 응답률은 21.0%, △약간 피해(34.7%) △거의 피해없음(36.7%△ △전혀 피해없음(7.7%)로 나타났다.

‘거래시 감내할 수 있는 엔화환율’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들의 평균은 ‘924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4월 평균 원엔환율 908원을 훨씬 상회한 수치다.

업종별로 철강이 963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석유화학(956원), 기계(953원), 음식료(943원), 자동차‧부품(935원), 조선‧기자재(922원), 반도체(918원) 지난달 평균치(908원)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고, 정보통신‧가전(870원), 섬유(850원) 업종은 아직 여력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용 화학제품을 만들어 수출중인 광주의 한 기업도 “지금 엔저로 일본에는 거래처 유지를 위해 마진없이 팔고있고 다른 시장에서는 거래처를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20% 가량의 수출감소를 겪고 내린 결론은 5% 가격인하정책”이라고 말했다.

손해를 보면서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팔아야 하는 중견기업도 있었다. 한 금속기업 관계자는 “최근 유럽시장에서 일본이 가격으로 치고 들어온 적이 있다”며 “하지만 한번 점유율을 빼앗기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물량을 줄이지 않고 팔수록 손해보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엔저가 일본기업의 가격공세로 이어진다면, 가장 큰 물량타격을 받는 업종은 ‘음식료’ 부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먹거리 가격의 미세한 변화에도 수출물량이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는 말이다.

‘수출경합중인 일본제품이 10%가격을 낮춘다면, 자사의 해당 수출물량은 몇 %나 준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11.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종별로, ‘음식료’가 18.7%로 가장 높았고, 철강이 15.1%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도 △조선·기자재(13.3%) △자동차·부품(12.4%)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엔저현상이 단기적 현상이 아닌 심화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적극적인 기업의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조동철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대한상의 자문위원)는 “단기간 내에 반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수출침체와 더불어 엔저는 시차를 두며 추가하락할 수 있고, 유로화 역시 약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라 전망하고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책 모색을 주문했다.

하지만, 실제 기업의 대응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엔저현상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우리 기업 10곳 중 7곳은 ‘마련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반면, ‘마련했다’는 12.0%, ‘계획중이다’는 18.3%에 그쳤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아베노믹스 초기 우려했던 근린궁핍화정책(beggar my neighbor policy)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과거 엔고시대를 이겨낸 일본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원고시대를 헤쳐 나가기위해 사업구조를 효율화하고 제품의 부가가치 향상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주력해야 한다” 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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