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함께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들의 회동 직후 북핵 6자회담 당사국들이 참여하는 반관반민(트랙 1.5) 성격의 대화체인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도 열려 북한에 대한 6자 회담 당사국간의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은 지난 1월28일 일본 도쿄에서 3자 회동을 가진 이후 약 4개월만에 이뤄지는 이번 회동에서 북한과 대화의 문은 계속 열어놓으면서도 북한의 추가 도발을 최대한 억지하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가 여전히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 위협으로 정세 유동성이 커 켰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 20일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의 핵타격 수단은 본격적인 소형화, 다종화 단계에 들어선지 오래"라며 핵능력 고도화와 투발수단의 다양화를 노골적으로 주장했다.
또 최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거론하며 "선군조선의 군력강화에서 최절정을 이룬 또 하나의 일대 장거"라면서 "전략적 타격 수단개발의 새로운 높은 단계"라고 주장했다.
최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숙청해 내부 불안정성이 커지고, 잇따른 대남 도발 위협과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맞춰 장거리 미사일 실험으로 의심되는 인공위성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일각의 보도도 한몫하고 있다.
이같은 정황으로 인해 한미일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새로운 유인책을 고안해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이번 협의 역시 북한 정세와 핵위협의 심각성을 한미일 간에 공유하는 선언적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홍현익 연구위원은 "6자 회담이 성사 된다고 해도 북핵 문제가 바로 해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를 일단 중단부터 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관련 메키니즘이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6자 회담이든 어떤 대화든 일단 북핵을 동결시킨 후 시간 여유를 가지고 핵문제 해결 타협안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연구원은 이어 "하지만 그 안에는 북한이 핵을 포기한 이후 재래식 군사력만 가지고도 국가안보를 할 수 있다고 하는 한반도의 군사력 균형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며 "중국도 우리가 만든 제안에 동의하고 북한에 핵을 포기하면 '이렇게 좋은 걸 주겠다'라는 안을 만들어, 북한이 또 다시 거절하면 중국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 안을 만들어야 6자 회담의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도 "북한은 (6자 회담) 사전 접촉이나 실제로 6자회담이 열려도 '그냥 와인잔이나 부딪치는 게 6자회담'이라고 생각한다"며 "6자 회담을 열면 그것을 시간벌기로 가고 있고 그와는 별도로 북한의 핵개발 로드맵은 착착 진행이 되고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핵 6자회담 당사국들이 참여하는 반관반민(트랙 1.5) 성격의 대화체인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도 오는 28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회의에 이어 이번 회의에도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정부 소식통이 밝혔다.
이번 회의는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가 26∼27일 서울에서 회동하고 이후 중국에서 미·중 수석대표 협의가 열리는 가운데 이뤄진는 점에서 관련국 당국간 북한 문제에 대한 논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정부 관계자는 "NEACD는 별도 채널로, 회의 일정은 미리 정해져 있던 것"이라며 "그러나 순서상으로 보면 이어서 협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2012년 중국 다롄(大連)에서 열린 NEACD에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을 파견해 북핵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홍보한 바 있으나, 지난해 9월 미국 샌디에이고 회의에는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