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총리발표 '우왕좌왕' …15분 연기 미스터리

2015-05-2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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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터넷]


아주경제 주진 기자 =청와대가 21일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 내정 발표를 한차례 연기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의구심을 낳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9시 20분쯤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오전 10시 총리 후보자 인선 결과를 발표하겠다며 '오전 10시 엠바고'를 전제로 황교안 법무장관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했다.
그때부터 춘추관 기자들이 긴박하게 움직였다. 데스크에 보고한 뒤 곧바로 내정 속보와 프로필 기사 작성에 들어갔고, 카메라 기자들은 생방송을 위해 브리핑장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분주했다.

그러던 중 불과 5분여를 남기고 민경욱 대변인과 춘추관 직원들이 기자실로 황급히 뛰어들어와 "새 총리 후보 발표를 연기한다. 일단 '오전 10시 황교안 총리 후보 지명 발표'를 없던 일로 해달라"고 외쳤다.

 "연기 이유가 뭐냐"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민 대변인은 "여러 가지 이유...잘 모르겠다", "(총리인선에) 문제가 있느냐"엔 "거기에 대해서 (발표 때) 말씀드리겠다", "발표를 몇 시로 연기하나"엔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총리 후보자가 바뀔 수 있냐"는 질문엔 "아니다"라고 밝힌 뒤 춘추관 밖을 나서며 후보자 발표를 이날 할지 여부에 대해서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기자들 사이에선 발표가 무기한 연기될 것이라거나 후보자가 달라진 게 아니냐는 '근거없는' 추측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이에 근거해 한 종편방송은 "야당의 반발로 발표가 연기됐다"는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다. 

이윽고 청와대는 곧이어 10시 15분에 총리 후보자를 발표하겠다는 일정을 알린 뒤 예정대로 브리핑을 통해 공식 발표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내정 발표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발표 문안이 늦게 내려오면서 시간을 맞출 수 없어 (연기를) 요청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청와대가 발표 문안이 예정보다 늦어진 데 따른 단순한 '해프닝'이었다고 밝혔지만 '15분 미스터리'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게다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날 발표된 총리 후보자가 황 장관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을 사전에 청와대로부터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갖가지 추측이 설왕설래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총리 인선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총리 인선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오늘 오전 8시쯤 (청와대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제가 잘못 들었는지 약간 해프닝이 있었다. 좀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신임 총리 후보자로 황 장관이 아닌 다른 사람을 사전에 통보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당청 조율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병기 비서실장에게 발표 시점보다 1시간 앞선 오전 9시께 황 후보자를 낙점했다는 내용를 전하며 발표를 지시했고, 이 실장이 당사자인 황 후보자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여당 지도부에 이를 전달한 시간은 오전 9시15분께라고 한다.

이날 발표가 오전 10시에서 15분 연기되는 해프닝이 발생했기 때문에 황 후보자와 여당 지도부는 공식 발표 1시간 전에야 비로소 통보를 받은 셈이다.

황 후보자가 이날 오전 예정됐던 외부 일정을 전날 오후 개인 사정을 이유로 갑작스레 취소하면서 하루 전에 인선 내용을 통보받은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황 후보자는 전날 '최종 후보군에 올랐으니 대기하고 있으라' 정도의 내용만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때문에 이날 청와대의 발표 연기 헤프닝은 박근혜 대통령의 '깜깜인사' '철저한 보안' 스타일이 빚은 결과가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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