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펼치는 이번 전시는 3년만에 신작을 발표하는 자리다. 문자와 풍경을 중첩한 '들리는 풍경', 구겨진 잡지와 풍경 이미지를 함께 보이도록 한 '소멸된 생성' 시리즈 등 30여점이 전시된다.
인두와 향불로 한지를 태워 여러 겹의 이미지를 배접하는 방식으로 탄생한 작품은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2006년중국 베이징에서 연 전시에서 주목받으며 국내 미술시장에서도 인기작가로 급부상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비엔날레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2010년 제14회 방글라데시 비엔날레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2012년 베이징 798에 Joiart갤러리에서 개인전은 '세계 최초 향불작가'라는 타이틀이 붙여졌다. 상하이 비엔날레 감독을 맡았던 유명 평론가 황두는 향불로 만든 그의 작업에 대해 "새로운 화법으로 한국의 전통회화를 현대적으로 승화시켜 평면회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호평을 쏟아냈다.
향불 구멍을 뚫어 만든 작품은 우연히 탄생했다. "2003년 늦가을 은행나무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마른 잎들이 하늘에 까많게 그을린 것처럼 보여 향불로 한지를 태워야겠다는 동기를 얻었다"
작가는 “2004년 향불로 한지를 태워가며 수없이 비워진 그 공간 사이로 다른 세상이 보이는 듯했다. 영화처럼 오버랩되는 느낌에 매료돼 동서양이 겹치는 현시대를 거기 담았다”고 했다.
비워진 공간들이 겹치고 겹쳐져 3D같은 입체감을 보이는 작품은 동양의 윤회사상과 닮아 있다. 향불 스스로를 태워 세상을 정화시키는 의미와 현실과 사후를 연결하는 의미도 내포한다.
이번 전시에는 초기의 다소 인공적인 인두 자국의 정형화된 망점의 작품보다 더욱 세밀해졌다.
"작품활동을 하던 중 2013년 요양병원에서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모든 존재들이 소중하다고 느껴져 이제 향불 작업은 소중함을 깊이 자각하는 새로운 의미로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치밀하고 밀도 있는 향불 자국의 불규칙적인 망점과 자연 풍경 이미지 결합이 부각된 신작은 이질적인 것들이 혼재하지만 다양한 이야기가 뒤섞여 공존과 화합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전시는 6월30일까지.(02)745-2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