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 현대증권이 일본 금융그룹 오릭스로 팔리기 직전 적지않은 돈이 들어가는 주전산기 교체작업을 벌여 관심이 쏠린다.
교체는 현대그룹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정보기술(IT)업체 현대유엔아이를 통해 이뤄졌다. 현대증권 매각이 당국 승인만을 남긴 채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뭉칫돈을 총수 개인회사를 통해 지출한 이유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현대증권은 전ㆍ후단 전산시스템 가운데 주식거래 지원을 비롯한 전단처리를 맡는 계정계시스템을 교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문처리나 체크카드 승인, 계좌조회, 입출금 같은 주요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 대형 IT사 관계자는 "현대증권은 5대 증권사로 약 100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규모를 가진 회사라면 알려진 목적을 위해 주전산기 일부만 바꿔도 100억원 내외, 빅뱅(전면교체) 수준이라면 300억원 안팎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서버시장을 보면 현대증권이 이번에 택한 IBM 파워시스템, 휴렛팩커드(HP) 슈퍼돔이 양분하고 있다"며 "그러나 주요 증권사는 2008년 차세대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대부분 슈퍼돔으로 갔다"고 덧붙였다.
현대증권은 이번 주전산기 교체를 비롯해 전산용역 대부분을 현대유엔아이에 맡겨왔다. 2014년에만 현대유엔아이에 맡긴 일감이 약 141억원어치로 1년 만에 13% 가까이 늘었다.
오릭스 측은 금융감독원 심사, 현대그룹 채권자(산업은행)와 주식매매계약, 금융위원회 대주주 변경 승인을 거쳐 오는 7월께 현대증권 인수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주전산기 교체는 두 달 후면 새 대주주에 오를 오릭스가 필요성에 대해 제대로 검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이미 2014년 상반기부터 준비했고, 6개월 동안 시험평가를 거쳐 이뤄진 일"이라며 "실제 사업비도 수백억원이 아니라 9억~12억원으로, 일부 장비를 증설ㆍ교체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오릭스 측은 인수를 마치면 현대증권을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곧장 계열분리를 승인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는 지분관계뿐 아니라 경영ㆍ인사 개입이나 일감 몰아주기, 과도한 내부거래를 모두 해소해야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