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최대부호를 두고 라이벌 구도를 그리고 있는 왕젠린(王健林) 완다(萬達)그룹 회장과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의 대결이 스포츠 시장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양성만보(羊城晩報)는 왕젠린과 그의 아들 왕쓰충(王思聰), 마윈 회장이 중국 대표 동영상사이트 러스왕(樂視網·LeTV)의 스포츠 전문채널 '러스스포츠'에 거액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13일 전했다.
이번 자금조달로 러스스포츠의 최대주주였던 러스왕의 지분율은 기존의 60%에서 15% 이하로 줄어들게됐다. 구체적인 투자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왕 회장의 완다투자와 왕쓰충이 이끄는 푸쓰(普思)투자는 지분 11.49%, 알리바바 산하의 윈펑(雲鋒)기금은 7.82%의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다.
러스스포츠의 8억 위안 확보는 스타트업 기업의 시리즈 A 투자 중 역대 최고 규모로 주목됐다. 동시에 지난해 말 러스스포츠가 "수 천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자금 투자 유치 후 상장을 고려 중"이라 밝힌 바 있어 기업공개(IPO)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시리즈 A 투자는 스타트업 기업이 엔젤투자자에게서 초기 투자자금을 확보하는 단계를 가리키며 아이디어의 제품화, 상용화 등 단계에 따라 시리즈 A, B, C 등의 이름이 붙는다.
이와 함께 중국 두 거물급 인사가 러스스포츠를 주목한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는 모양새다.
왕젠린 회장의 축구 등 스포츠 시장에 대한 관심은 이미 유명하다. 올 1월 스페인 마드리드 축구 클럽,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지분 20%를 사들이고 2월에는 스위스 스포츠 마케팅 기업인 '인프런트 스포츠 앤 미디어'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는 부동산 개발업체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신하는 완다의 입맛에 부합하는 것이자 오는 2020년 5조 위안(약 883조2000억원) 중국 스포츠 시장 장악을 위한 선제 조치다.
마윈 회장의 스포츠 분야 투자는 지난해 6월 광저우 헝다(恒大) 지분을 확보에 이어 두 번째다. 상대적으로 스포츠 시장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마 회장의 이번 투자에 대해 시장은 "영화, 음악 등 온라인 문화 컨텐츠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는 알리바바가 스포츠 시장으로 고개를 돌린 것"으로 해석했다.
러스스포츠가 유명 스포츠 경기 상당수의 중계권을 확보하고 있는 경쟁력있는 업체라는 점도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지난 2012년 8월 러스왕에서 분리, 설립된 러스스포츠는 축구, 농구, 테니스, 골프 등 다양한 분야의 스포츠 경기를 중계한다. 지난해 2월에는 미국프로농구(NBA) 중계권을 확보, 7월에는 자동차경주 F1 중국 본토 독점중계권을 따냈다. 8월에는 유럽축구 3대 리그인 2014-15년 영국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을 손에 넣었고 미국 PGA투어 등 굵직한 골프 경기 중계권도 확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