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진론’에 시달리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문 대표는 13일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논란의 도화선이 된 정청래 최고위원에게 ‘직무정지’ 조치를 내리며 위기 돌파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퇴진론’에 시달리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문 대표는 13일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논란의 도화선이 된 정청래 최고위원에게 ‘직무정지’ 조치를 내리며 위기 돌파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비노(비노무현)그룹 중심으로 기대 이하의 ‘수습 대책’이란 지적도 제기된 데다, 한때 정 최고위원이 이를 거부하면서 파문의 여진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문 대표가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위한 대책은 제시하지 않은 채 급한 불만 끄려는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 대표는 이날 정 최고위원에게 ‘두 차례’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오전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읍참마속의 심정”이라며 “정 최고위원에게 자숙을 요청했고, 본인도 수용했다”고 전했다. 앞서 문 대표는 일부 최고위원들과 12일 밤 긴급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문제는 문 대표의 ‘특단에 대책’에 친노 패권 청산에 대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친노 패권 청산의 핵심이 특정 개인의 2선 후퇴가 아닌, 특정 계파의 ‘불통·먹통·외통’ 등 구체제 종식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 대표가 당 혁신의 ‘골든타임’을 실기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당헌·당규상 ‘최고위원직 직무정지’가 없자, 정치적 결단으로 ‘자숙’이란 표현으로 정 최고위원에게 징계를 내린 셈이다. 현재 당헌·당규상 징계 조치는 △당적 박탈 △당원 자격정지 △당직자 자격정지 △당직자 직위 해제 △경고 등 5단계로 돼 있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문 대표 징계 직후 “직무정지는 아닐 것”이라며 “가급적 공개발언을 자제하되, 최고위원회의에는 참석하겠다”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새정치연합 사전 회의 때부터 일부 최고위원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등 당 내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은 정황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60년 정통의 제1야당 지도부 간에도 내홍이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자 문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한 뒤 다시 입장발표를 내고 “정 최고위원의 최고위원회 출석을 정지시키겠다”고 초강수를 재차 천명했다. 이번 계파 갈등이 ‘친노 대 호남’의 전면전 양상으로 확전하자,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문 대표의 두 차례 경고를 받은 정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당 결정을 존중한다”며 “당분간 최고위 참석 않겠다”고 말했다.
◆親盧 패권 청산 없는 대책…사실상 책임정치 방기
문제는 문 대표의 ‘특단에 대책’에 친노 패권 청산에 대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친노 패권 청산의 핵심이 특정 개인의 2선 후퇴가 아닌, 특정 계파의 ‘불통·먹통·외통’ 등 구체제 종식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 대표가 당 혁신의 ‘골든타임’을 실기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비노 조경태 의원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문 대표 조치에 대해 “직무정지를 시킨 게 무슨 ‘읍참마속’이냐. 비 오는 데 잠시 쉬고 있으라는 것 아니냐”며 “본인이 개혁의 대상인데, 칼을 휘두를 자격이 있느냐.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책임정치다. 20대 총선 공천권의 미련을 버리고, 사퇴하는 것이 당과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문 대표를 만난 비노 의원들도 사실상 재신임을 고리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비노 조경태 의원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문 대표 조치에 대해 “직무정지를 시킨 게 무슨 ‘읍참마속’이냐. 비 오는 데 잠시 쉬고 있으라는 것 아니냐”며 “본인이 개혁의 대상인데, 칼을 휘두를 자격이 있느냐.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책임정치다. 20대 총선 공천권의 미련을 버리고, 사퇴하는 것이 당과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문 대표를 만난 비노 의원들도 사실상 재신임을 고리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실제 1992년 대선에서 YS(김영삼 전 대통령·42%)에게 패한 DJ(김대중 전 대통령·33.8%)는 범야권 지지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계은퇴를 전격 선언했다. 당시 제3후보였던 정주영 국민당 후보는 16.3%를 얻었다.
책임정치를 몸소 보여준 DJ는 복귀 당시 ‘약속 파기’ 등의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1995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조순 후보 당선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1997년 대선 때 마침내 헌정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뤘다.
당시 수평적 정권교체는 YS 정권의 외환위기,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의 탈당에 따른 여권 표 분산도 한몫했으나, 범야권 지지층이 당시 꼬마 민주당을 이끌던 ‘이기택·이부영’ 대신 DJ를 선택한 것은 이 같은 책임정치 구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문 대표가 ‘DJ·노무현 정신’을 빼고 모든 것을 바꾸는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지 않는다면, 호남발(發) 정계개편에 일격을 당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한국 정치 지형을 여권 지지층 45%, 야권 지지층 35%라고 보면 야권이 승리 셈법은 인물구도로 10%포인트를 만회해 ‘50대 47’ 구도를 만드는 것”이라며 “지지부진한 혁신으로 중도층이 이탈할 경우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탈당 마지노선인 15%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표는 조만간 ‘친노 중진 용퇴’ 등 고강도 인적쇄신론과 함께 ‘두툼한 지갑론’을 골자로 하는 유능한 경제정당론 등 ‘투 트랙’ 전략을 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 대표의 ‘플랜 B’가 뼈를 깎는 혁신과 거리가 멀 경우 야권발 정계개편의 역습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배 본부장은 “야권 지지층이 원하는 것은 정 최고위원 한사람에 대한 조치가 아닌, 당의 철저한 개혁과 대표에 대한 철저한 책임정치”라며 “문 대표가 핵심이 아닌 주변부 문제에 치중한다면, 지지층의 민심이반은 가속 페달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