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미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도발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중국을 저지하기 위해 정면 대응에 나설 조짐이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주변국간 치킨게임에 미국이 무력으로 개입하고 나서면서 어느 누구도 물러설 수 없는 팽팽한 영토 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지역에 건설한 인공섬 건설 현장 주변에 미군이 정찰기와 군함을 직접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국제 영공·영해로 간주되는 지역에서 인공섬 건설을 건설하며 영유권 선점 움직임을 보이는 중국의 도발적 태도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경고로 풀이된다.
백악관이 이 방안을 승인할 경우 미국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하게 되는 셈이라고 WSJ는 평했다.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선점 행보에도 군사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12해리 이내에 군용기와 군함을 배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국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의 이같은 경고를 무시하고 오히려 인공섬이나 군사시설 구축에 더 박차를 가할 가능성도 크다고 관측했다. 만일 미국이 백악관 승인을 거쳐 실제 무력 개입에 나서고 중국이 이에 맞불작전을 펼치게 될 경우 미국과 중국의 군사 충돌이라는 일촉즉발의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백악관과 국방부 내에선 중국의 인공섬 건설이 저지가 어려울 정도의 상황으로 진전되기 전에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견해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 2013년 11월 미국은 중국이 자국령임을 주장하며 동중국해 분쟁도서에 방공식별구역(AIDZ)을 설정하자 B-52 폭격기 2대를 급파하는 결단을 내린 바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지역에 인공섬을 속속 건설하며 영유권 확보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7개의 인공섬을 건설 중이며 인공섬 중 한 곳에는 전투기와 정찰기가 이착륙하기에도 충분한 규모의 활주로도 건설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제시한 추정치에 따르면 스프래틀리 군도 내 중국의 인공섬 면적은 지난해의 500에이커(약 202만 ㎡)에서 현재 2000에이커(약 809만㎡)까지 확대됐다. 일부 국제전문가들은 중국이 조만간 남중국해 상공에 ADIZ를 선포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의 이같은 행보에 필리핀과 베트남을 필두로 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국들은 중국에 맞서 전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필리핀은 지난달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역대 최대 규모의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 데 이어 최근 남중국해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와 첫 연합 군사훈련을 시행했다.
이에 중국은 "중국의 주권을 해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면서 일본이 이번 훈련을 시작으로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경쟁에 본격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며 경계감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