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간신’ 주지훈·김강우·천호진·임지연·이유영·차지연이 아닌 배우는 상상불가

2015-05-1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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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간신'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로 상업영화에 데뷔한 민규동 감독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오감도-끝과 시작’ 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내 아내의 모든 것’ ‘무서운 이야기’ ‘끝과 시작’ ‘무서운 이야기2’ 등 다양한 작품들을 연출해 왔다.

그동안 사극은 없었는데 오는 21일 개봉될 ‘간신’(제작 수필름)이 첫 역사물이 된다. ‘흥청망청 거리다’라는 말의 유래에서 시작되는 ‘간신’은 연산군(김강우) 11년을 배경으로 한다. 조선 팔도에 채홍사 임숭재(주지훈)와 임사홍(천호진) 부자를 파견해 각 지방의 아름다운 처녀 1만명을 뽑아 강제 징집했다. 이들 미녀들을 운평이라 칭했는데, 그 중 최고는 왕에게 헌사했다. 이를 ‘흥청(興靑)’이라 불렀다. 결국 반정으로 폐위된 첫 번째 조선의 왕 연산군을 비꼬는 말로 ‘흥청이가 망청이가 됐다’고 표현한 것.

임숭재는 채홍사의 힘으로 ‘왕 위의 왕’이 되고자 했고 장녹수(차지연)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설중매(이유영)를 이용한다.

저잣거리 백정 출신인 단희(임지연)는 아버지의 빚을 대신 갚고자 일부러 운평이 되기로 결심했다. 흥청이 되지 못한 운평은 관아에서 관리하는 기생인 ‘관기’가 됐다.

운평들은 왕에게 간택을 받기 위해 수련했다. 춤과 노래는 물론이고, 잠자리 기술인 방중술도 배웠다. 사과와 수박을 허벅지로 터트리고, 얼음을 매달아 물방울을 배 위에 한 방울씩 떨어뜨리며 참았다.

임숭재는 단희를 단련시키고 장녹수는 설중매를 훈련시킨다.

여기까지 스토리를 들어보면 그저 주색에 빠진 왕과, 그 왕의 권세를 이용해 호가호위하려는 간신 임숭재,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장녹수의 암투, 그 사이에 아름다운 1만 미녀가 스크린 가득 채워진 사극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면 훨씬 복잡하다.
 

[사진=영화 '간신' 스틸컷]

임숭재를 맡은 주지훈은 감히 배우 인생에 있어 최고의 연기라고 평가 할만하다. 앞서 ‘좋은 친구들’에서 허영심 가득한 인철 역을 맡아 메소드 연기를 펼쳤던 주지훈은 이번에는 임숭재로 완벽하게 분했다.

‘왕 위의 왕’ 간신으로서, 왕과 똑같이 노는 임숭재의 내면을 매끄럽게 표현했다. 어릴 적 같이 놀던 연산의 옆에서 아첨을 하지만 속마음은 다른 인물. 연산과 장녹수, 아버지 임사홍, 그리고 단희, 설중매까지 모든 인물과 연결돼, 각 인물들을 대할 때마다 변하는 감정을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잘 잡아냈다.

또 주지훈은 소금을 줄이고 몸을 탄탄하게 만들어 베드신을 소화했다. 임숭재의 속마음이 표현된 정사신으로 기쁨과 슬픔, 절절함이 묻어나는 장면이었다.

연산군의 김강우는 작정하고 미친 연기력을 선보였다. ‘미친 왕’으로 평가받는 연산이니 당연할 수 있다. 김강우는 어머니인 폐비 윤씨의 비참한 죽음을 알게 되면서 광기 어린 보복을 자행한 연산의 마음을 실제로 알고 있다는 듯 연기했다. 연산은 장녹수를 여자보다는 어머니라는 개념으로 대했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면 장녹수의 젖가슴을 빨았다.

조선 최초의 반정으로 폐위된 비운의 연산군. 역사에 나타난 글로 연산군에 대해 전부를 알 수는 없다. 김강우가 연기한 연산군이 맞다 다르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강우 표 연산군’이 탄생했다는 표현이 올바를 것이다.

천호진은 말이 필요없는 배우. 영화,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1년에 2~4편의 작품활동을 하는 천호진은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가 틀림없다. 자신을 귀양 보낸 조정의 관리들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면서도 아들 숭재를 끔찍이 여기는 임사홍은 원래 천호진을 위한 역할이었다.

지난해 ‘인간중독’에 이어 다시 한 번 파격 노출을 감행한 임지연. 여자로서 쉽지 않을 결정이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배우 임지연으로서의 각오가 분명 느껴졌다. 백정이지만 신분 상승을 꾀하는 단희로 분한 임지연은 묘한 매력을 뿜어냈다. 설중매의 이유영과는 180도 다른 단아함을 뽐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단아함을 강조하다보니 사극톤에서 조금 거리를 둔 느낌이다.

지난해 데뷔작 ‘봄’으로 밀라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유영은 과감했다. 목표가 명확한 조선 최고의 기생 설중매는 분명 어려운 역할이다. 노출만 하면 되는 인물이 아니다. 기생이지만 야망이 있고, 의리가 있는 역할이다. 이유영에게 있어 어려웠겠다고 예상되지만 스크린 상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다.

뮤지컬계에서 알아주는 내공의 소유자 차지연은 첫 영화 ‘간신’을 통해 확실하게 각인될 전망이다. 차지연은 흥청 출신으로 후궁의 지위에까지 올랐던 장녹수의 기개를 연기 뿐만 아니라 목소리와 외모에서도 완벽했다.

주지훈·김강우·천호진·임지연·이유영·차지연이 아닌 배우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각각 한 축을 담당해 ‘간신’을 완성했다. 청소년관람불가로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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