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제에서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가 레임덕에 시달리는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꾀함으로써 자신을 부각시키는 것이 보통인데, 요즘 미국에서는 반대로 백악관 역시 차기 유력주자로부터 도망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워싱턴 타임스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미국의 부진한 경제상황을 거론하며 “어떠한 무역협정도 일자리를 만들고 임금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유보적인 입장으로 전환, 백악관과의 차별화를 분명히 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5일에는 네바다 주를 방문해 이민개혁과 관련, “만약 의회가 계속 거부하면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것을 하겠다”며 오바마의 행정명령을 더욱 확대해 추방에서 구제된 ‘드리머’(Dreamer)의 부모들에게까지 사면의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민개혁에 대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긴 발언으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이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보다 행정명령을 더욱 강하게 휘두를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자 백악관 역시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내며 클린턴 전 장관과의 ‘거리두기’에 나섰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TPP 문제와 관련, 클린턴 전 장관의 발언은 영향력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며 “무역촉진법안(TPA)의 처리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 같은 공화당 지도부에 달렸다”고 평가절하했다.
백악관은 이민개혁 문제에 대해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합법적 범위내에서 모든 것을 했으며 다음 대통령이 무얼 더 할 수 있는지는 클린턴 캠프에 물어보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달 25일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대중 속으로’를 구호로 유세에 나선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신랄하게 비꼬았다. 그는 “나는 한해에 수백만 달러를 버는 한 친구가 있었다. 지금 그녀는 아이오와 주의 한 밴 차량에서 살고 있다”며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서민 코스프레’를 꼬집었다.
워싱턴타임스는 이러한 기류와 관련, 클린턴 전 장관이 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것 뿐만 아니라 백악관 역시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클린턴 전 장관 견제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