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청년 실업이 가계를 위협하는 복병으로 떠올랐다. 청년들의 구직이 어려워지면서 심각한 ‘돈맥경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많은 소비가 이뤄져야 할 20~30대 청년층의 소비 부진은 금융·부동산·자동차 등 사회 전반적인 흐름에 제동을 걸고 있다.
특히 청년실업률 10% 시대가 현실화되면서 이제 30대 지출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워졌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니 상대적으로 소비가 줄어드는 악순환이다.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도 비정규직 등 질이 좋지 않은 일자리에 의존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7%다. 이는 지난 2000년 새 실업률 제도가 도입된 이후 3월 기준으로는 가장 높은 수치다.
청년실업률은 20~30대의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다. 생활비와 구직 활동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내몰리면서 고용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씀씀이가 줄었다.
한 취업 포털사이트가 지난해 구직자 639명을 대상으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을 조사할 결과 85.4%가 ‘평소 경제적 여유가 없다’고 응답했다. 청년 실업자들의 소비 성향이 위축되는 부분을 고스란히 방증하는 대목이다.
취업 준비생의 경우 실업 기간이 2년이 넘어가면 커피값도 부담스러워진다. 비정규직(아르바이트 포함)을 지속할 경우 부담감은 더 심하다.
자동차 시장도 청년 실업 증가로 직격탄을 맞았다. 20~30대의 대표적 사치재인 자동차 시장은 청년실업 여파로 20대 구매율이 1.7% 감소했다. 20대 소비 감소는 4년째 이어지고 있다. 가정에서 자립하지 못하니 소비가 예년만 못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3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내놓은 20대 승용차 구매 대수는 10만9671대로 집계됐다. 30대 이상 연령층에서 모두 차량 구매가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20대 신차 구입 대수는 2010년 14만8069대를 기록한 뒤 2011년 13만8880대, 2012년 12만4510대, 2013년 11만1558대로 4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업계에서는 높아지는 취업 연령과 학자금 등 부채 증가, 소득 양극화가 차량 구매로 이어지는 길을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규직에 입사한 30대는 가계 부채로 허덕이고 있다. 직장에 들어가면서 학자금 대출에 결혼 후 전셋값 대출을 갚는데도 허리가 휠 지경이다.
지난해 30세 미만인 가구주 평균 부채는 1558만원으로 1년 전보다 11.2% 늘었다. 전 연령대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세대별로 보면 30대 평균 부채가 5235만원으로 7% 증가했지만 40대와 50대는 각각 0.8%, 0.6% 줄어 청년층과 중장년층 소득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청년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올해 초에는 열정이 있으니 낮은 월급도 감수하라는 이른바 ‘열정 페이’가 논란이 됐다. 그만큼 청년실업은 소비 패턴까지 바꿔놨다”며 “청년층이 계속 질이 낮은 일자리에 머물러 인적 자본을 쌓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