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혈연으로 뭉친 가족애에 피보다 진한 전우애가 더해져 전투력은 배가(倍加)되고 있다.
14쌍의 해병 가족들이 서북도서 최북단의 백령도와 맺은 인연과 사연은 다양하다.
백령도에서 태어나 아버지와 함께 백령도를 지키고 있는 유귀 원사( 52세, 父)·유홍기 하사(23세, 子) 부자, 각각 육군과 해병대에서 근무하지만 백령도에서 다시 만난 김찬수 준위(48세, 父)·김은혜 하사(21세, 女) 부녀, 백령도에서 만나 결혼까지한 해병 부부 장현섭 하사(22세, 夫)·홍수빈 하사(23세, 婦), 백령도에 배치 받아 각기 다른 부대에서 근무하는 쌍둥이 서현규 일병(1,193기, 21세)과 민규 일병(1,193기, 21세).
가족을 지키고, 가족이 지키는 이들 해병대 가족 있기에, 서북도서의 작전대비태세는 믿음직스럽다.
◇ ‘백령도와 해병대는 내 운명’ 유귀 원사와 유홍기 하사
1985년에 백령도 첫 근무 후 올해로 4번째 백령도에서 근무 중인 유귀 원사는 백령도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도 하고 아들 유홍기 하사를 낳았다. 이 부자에게 백령도는 가족의 탄생지이자 제2의 고향인 셈이다.
특히 4대 독자인 유홍기 하사는 백령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병대 입대 이후 백령도에 자원하여 근무함으로써 ‘백령 해병’의 명맥을 잇고 있다.
유귀 원사는 “(아들이) ‘누구의 아들’이 아닌 자랑스러운 부사관으로서 조직에 필요한 존재가 되길 바란다.”라고 했고, 유 하사는 “선배로서 엄하고, 부친으로서는 다정한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근무에 더욱 매진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두 부자는 함께 “서북도서는 우리 고향이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이곳을 굳게 지킬 것이다.” 라며 “우리 부자가 있는 한 서북도서는 이상 없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 ‘우리는 서북도서의 합동전력’ 김찬수 육군 준위와 김은혜 하사
해병대 제6여단에는 부자(父子) 해병대뿐만 아니라 육군·해병대 부녀(父女)도 함께 근무하고 있다.
주인공은 백령도의 항공부대에서 정비소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찬수 육군 준위와 해병대 제6여단 근무중대의 김은혜 하사이다. 부녀는 비록 모군(母軍)은 다르지만, ‘서북도서 절대사수’의 임무를 부여받아 백령도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다.
김 하사는 어려서부터 군복을 입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반해, 지난 2014년 해병대에 지원했다. 특히 부사관 필기시험을 육군과 해군에 동시에 합격했지만, 아버지에게 믿음직한 딸임을 증명하기 위해 해병대에 지원했다.
김 준위는 “처음에 해병대에 지원한다는 얘기를 듣고 걱정했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열심히 근무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대견하다” 라면서도 “요즘 아내가 나보다 딸의 군 생활에만 더 관심을 가져 가끔씩 질투도 난다”라고 말했다.
김 하사는 “서북도서의 하늘은 아버지가, 서북도서는 내가 지킬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라면서 “여군이 아닌 해병대 일원으로서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근무에 임하고 있다” 라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육지에 있는 남동생 역시 올해 ROTC에 지원함으로써 ‘나라 지킴이’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 ‘해병대와 백령도가 맺어준 인연’ 장현섭 하사와 홍수빈 하사
백령도에서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며 땀 흘리는 모습에 반해 결혼했다는 장현섭 하사와 홍수빈 하사는 지난 4월에 결혼한 신혼부부다.
장 하사와 홍 하사는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다보니 함께 출근하고, 대화도 더욱 자주하게 된다.” 라며 “서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그리고 배우자가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근무하고 있다.” 라고 말했다.
장 하사는 “아내와 함께 근무하는 것이 어색하고 업무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이제는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아내의 내조에 감사하며 일하고 있다” 라면서도 “아내가 내 월급과 수당을 정확히 알고 있어 비자금 만들기가 어렵다”는 불평 아닌 불평도 했다.
홍 하사는 “부부애만큼 진하고 끈끈한 전우애로 군 생활이나 가정생활에 모범이 되자”라며 남편인 장현섭 하사의 손을 꼭 잡았다.
한편, 장현섭 하사의 아버지는 해병대사령부에 근무하는 장원진 준위(준사관 54기)이다. ‘부자(父子) 해병대’가 해병대 며느리까지 함께 하여 ‘해병대 부자(富者)’가 됐다. 장현섭 하사와 홍수빈 하사는 “우리가 아들과 딸을 낳더라도 해병대에 입대시킬 것이다. 해병대에서 배운 끈끈한 정과 의리, 매력을 온 가족이 함께 누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 ‘서북도서의 쌍둥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 서현규ㆍ민규 일병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 서현규 일병(형)과 서민규 일병(동생)은 지금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떨어져 본 적이 없는 형제는 함께 해병대에 입대했다.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의 신병훈련 기간에는 너무 닮은 외모 때문에 동료 해병들이 야간근무를 위해 엉뚱한 형제를 깨우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이름을 혼동해서 부르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두 형제 해병은 동반입대가 아니라 각자 따로 해병대에 지원했고, 전산배치를 통해 자대를 배치했음에도 백령도에 함께 근무하게 된 우연을 겪기도 했다.
서현규 해병은 “쌍둥이가 해병대로서 백령도에 함께 근무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라며 “형제이자 동기생, 전우로서 서로에게 버팀목이 될 것이다.” 라며 소감을 밝혔다. 서민규 해병 역시 “형과는 1분 차이가 나지만, 이제는 동기생이다. 앞으로 동기생으로서 더욱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쌍둥이 해병의 어머니도 “처음엔 아들 두 명이 해병대 입대하여 걱정도 많았지만, 지금은 함께 근무하게 되어 오히려 든든하다.” 라며 “건강히 주어진 소명을 완수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각각 에너지연구원과 교수가 꿈인 서현규ㆍ민규 일병은 “목표를 위해 적진에 상륙하는 해병대처럼, 꿈을 위해 도전하는 젊은이로서 백령도에서 청춘의 열정을 불태울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외에도 부자 해병에는 홍선표 원사(54세)·홍성범 중사(27) 부자, 김필주 원사(50세)와 김성준 일병(21) 등이 있고 부부 해병은 김성진 상사(36)·박은영 상사(37), 한우석 상사(36)·박진엽 중사(33), 김진호 상사(36)·황정숙 중사(29), 노상규 중사(33)·김안젤라 대위(28) 등이 근무하고 있다. 형제 해병으로는 서현진(22)·현민 상병(22), 소현일(22)·현우 일병(22), 김진겸 상병(22)·김신교 일병(21), 김영윤 상병(24)·김영평 일병(22) 등이 있다.